코로나19(COVID-19)로 끝 모를 불황에 빠진 항공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국민 혈세인 정책금융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채권단과 '포스트 코로나' 이후 재도약을 노리는 대한항공,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옛 한진해운 파산을 자초했던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정부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작업은 비밀리에 이뤄졌다. 산은은 기업구조조정실을 중심으로 설계도를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채권단 관계자는 "기밀 유지가 중요했던 만큼 산은 내에서도 극소수 인원만 관련 내용을 알 정도로 보안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반면 한진그룹은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국내 항공산업의 위기극복과 근본적인 경쟁력 개선을 위한 항공산업 재편 방향에서 한진그룹과 뜻을 같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채권단과 정부는 속도를 냈다. 과거 산업정책적 요소는 배제한 채 금융논리만 따지다 한진해운을 파산 위기로 내몰았던 정책실패를 반복할 순 없단 판단이었다. 당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항공산업을 살릴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최 부행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내 한국산업과 관련 종사자들의 피해를 감안해 실기(失期·시기를 놓침)하지 않도록 최대한 신속히 통합 작업을 준비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이 딜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부터 깊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경기고 동기(68기)인 인연도 거론한다.
다만 채권단과 정부 측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김 전 위원장이 이 거래 초기단계부터 깊게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전날 자료를 내고 "이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퇴임(2004년 9월) 이후 지금까지 김 전 위원장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 관계자도 "과거 이력과 현재 한진칼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 전 위원장의 위치 때문에 여러 추측이 나오는 것 같다"며 "딜은 산은이 전적으로 주도했고, 김 전 위원장은 한진칼의 사외이사로서 한진 측 내부 의사결정 과정 등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