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앞서 DH는 지난해 12월 배민을 4조75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하고 기업결합 신고서를 접수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의 한 요기요플러스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다. 2020.06.02. [email protected]
DH는 일단 공정위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함께 전원회의에서 적극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DH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을 따를 경우) 기업결합의 시너지를 통해 한국 사용자들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려는 DH의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음식점 사장님, 라이더, 소비자를 포함한 지역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기요는 DH의 국내 핵심 사업체다. DH가 요기요를 매각하면 단숨에 시장점유율 30%의 2위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DH 입장에선 자회사가 새로운 경쟁자가 된다. 이 때문에 DH는 배민과의 기업결합 취지를 퇴색시키는 합병 불승인 조치와 같다고 주장한다. 1위 사업자인 배민 인수를 통해 한국내에서 양사간 출혈경쟁을 막고 아시아 시장 개척 등 시너지를 창출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되는 셈이다.
배달 업계 관계자는 "DH로선 공정위의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국내 시장을 확대하겠다던 합병의 목적이나 취지가 사라진 격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조건을 수용한다 해도 매각 작업이 만만치않다. 현재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이 배민의 절반인 30%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요기요의 가치는 2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근 배달시장 경쟁 구도상 인수자를 찾기 쉽지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 이츠는 지난해 9월 이용자가 34만1618명에서 올해 9월에는 150만722명으로 1년새 339.3%나 증가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을 6.8%다. 폭발적 성장세의 쿠팡 이츠와 2위 사업자 요기요가 결합할 경우 배민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공정위 초강수에 DH 불복소송 또는 합병 철회 가능성도당초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수수료 인상을 제한하는 선에서 조건부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사실상 합병승인 거부와 같은 초강수를 꺼냄에 따라 DH의 합병 철회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정위는 당초 포털이나 전화배달 시장까지 포함해 시장을 획정해야한다는 DH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않고 배달앱으로만 한정하기도 했다. 일단 이를 빌미로 DH가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이같은 불복 전례가 드물고 실제 최종 판결시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조치가 유효한 만큼 실익이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이 최종 무산될 경우 양측의 내상이 상당할 전망이다. DH와 배민(우아한형제들)은 일단 공정위 합병승인 무산시에 대한 계약조건이나 후속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다. 양측이 그 부분까지는 계약에 포함하지 않았다거나 계약금 몰취없이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있다. 결국 상황을 다시 논의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양사는 합병을 전제로 싱가포르에 DH와 김봉진 대표 등이 절반씩 출자해 조인트벤처인 '우아DH아시아'를 세우기로 했었는데 없던 일이 될 수 있다.
배민 앞날은...엑시트 또는 사업 확대? 배민의 앞날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배민이 국내 사업을 지속하면서 엑시트(투자회수)를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배민은 독일기업인 DH에 인수될 것으로 알려진 뒤 '게르만 민족'이라는 오명을 쓰면서 이미지가 추락한 상태다. 반면 배민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금까지 기업결합 이슈로 사업 확장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독과점에서 한층 자유로워지면서 신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아쉽겠지만 1년 넘게 비난을 감수해 온 배민으로선 차라리 후련할 것"이라며 "당당하게 사업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김봉진 대표 인터뷰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각에선 공정위가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 수수료 인상을 우려하는 음식점주들이 많은만큼 철저히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이 소상공인 위주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방향 아니겠나"라며 "이런 이유로 조건부 승인은 예상됐지만 자회사 매각 조건은 놀랍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