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진출 땐 단숨에 1위…아마존이 온다, e커머스 '긴장'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조성훈 기자 2020.11.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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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지분 최대 30%까지 인수…日·英 시장 장악한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 사진제공=로이터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 사진제공=로이터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국내 온라인 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다. SK그룹의 e커머스 업체 11번가를 통해서다. 아마존의 등장에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신속한 배송과 저렴한 가격, 폭 넓은 품목군 등으로 미국 온라인 시장의 독보적인 1위인 아마존은 일본, 영국, 독일 등의 주요 국가에 진출하며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바 있다.

◇SK와 아마존이 만나면? 쿠팡·네이버에 치인 '11번가' 새판짜기 나서나
SK텔레콤은 아마존과 e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는다. 투자 규모는 최대 30%로 알려졌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6월 국민연금 등으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2조5000~3조원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제휴 초기 협력 방안으로는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상품들을 판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며 "새 서비스 론칭 준비가 되는 대로 상세한 내용을 밝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사업 협력 모델은 시작일 뿐 향후 더 큰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통신 1위인 SK텔레콤의 경쟁력과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 구도를 재편한 아마존의 유통 혁신 노하우를 감안했을 때 국내 e커머스 시장의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의 점유율은 6% 수준(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 쇼핑, 쿠팡, 이베이에 이어 4위로 추정된다. SK텔레콤 등 그룹의 유무형의 지원으로도 풀필먼트 투자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나타내지는 못해 왔다.

아마존이 국내 진출 파트너로 11번가를 선택한 것이 주목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국내 시장의 주도권을 쿠팡, 네이버 등에 뺏기게 된 상황에서 아마존 등 강력한 협력자를 확보해 시장 재편의 기회를 잡으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진출하자마자 일본, 유럽 시장 장악 '아마존' 국내 온라인 시장도 접수?
일본 진출 땐 단숨에 1위…아마존이 온다, e커머스 '긴장'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제품군을 확장해 나가고 배송서비스 강화, 온-오프라인 물류 혁신 등으로 미국 1위 유통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84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고 회원제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가 1억5000만명에 육박했다. 미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 40%대로 독보적인 1위이며 일본, 영국, 독일 등 주요 진출국에서도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국내 e커머스 업계들도 '롤모델'인 아마존의 등장에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도입, 풀필먼트 등 물류, 배송 인프라 투자 등 쿠팡 등 국내 주요 e커머스 사업 모델이 아마존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품 확보 능력과 물류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 여력, '아마존'이라는 강력한 네임밸류까지 감안하면 가장 두려운 경쟁자임에 틀림없다"며 "그동안 아마존 진출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것은 업계에서 그만큼 아마존을 주시하고 신경쓰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외와 달리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편이고 시장에 자리잡은 플레이어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성공 여부를 쉽게 예측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000억대로 알려진 투자 규모라면 물류센터 하나도 짓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내 온라인 시장이 제대로 이익을 내는 사업자가 이베이를 제외하고는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 속에 있어 아마존도 다른 국가와 달리 현지업체 지분 투자로 신중하게 국내 진출을 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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