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던진 박정호…SKT 우버·아마존과 손잡은 이유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1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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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동맹으로 탈통신 속도전…SKT "초협력만이 살길"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박정호 SKT 사장이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의 '비대면 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전 세계적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동통신부터 뉴(New) ICT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SKT 제공) 2020.6.7/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박정호 SKT 사장이 3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의 '비대면 타운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사 혁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전 세계적 언택트 트렌드는 초연결성을 제공하는 ICT기업에게 위기이자 기회"라며 "이동통신부터 뉴(New) ICT사업, 기업 문화까지 새로운 시대에 맞게 혁신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SKT 제공) 2020.6.7/뉴스1




"글로벌 AI(인공지능) 경쟁 속에서 국내외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과 '초(超)협력' 해야 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올초부터 강조해왔던 화두다. AI 시대 생존경쟁을 위해선 국경을 초월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특히 통신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뉴 ICT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SK텔레콤 입장에선 기존 IT기업들과의 협력은 필수 과제다. 실제 SK텔레콤의 탈(脫)통신 분야 초협력 행보가 급페달을 밟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1위 기업인 우버에 이어 아마존과도 전략적 제휴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단기간에 비통신 분야에서 강력한 성과를 내겠다는 게 SK텔레콤의 전략이다. 반대로 이들 해외 IT기업은 국내 1위 이동통신 기업인 SK텔레콤을 한국 시장 공략의 최적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 상호 윈윈 카드인 셈이다.

우버·아마존·MS까지 글로벌 기업과 초협력 나서는 SKT
승부수 던진 박정호…SKT 우버·아마존과 손잡은 이유
박 사장은 SK텔레콤의 커머스 자회사인 11번가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협력 파트너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을 선택했다. SK텔레콤은 16일 아마존과의 지분참여 약정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추진을 공식화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대한 아마존의 투자 유치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11번가의 성장을 바탕으로 한 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지분투자는 최대 30%로 거론된다.

양사간 협력이 성사되면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고 한국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소비자들은 지나치게 느린 배송과 복잡한 교환·환불 절차, 모조품 논란 등 우려 없이 '아마존 직구'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아마존의 풀필먼트(상품보관, 배송대행) 경험을 접목해 11번가가 자체 배송시스템을 강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SK텔레콤의 아픈 손가락이던 11번가는 그간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의 점유율은 6% 수준(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 쇼핑, 쿠팡, 이베이에 이어 4위로 추정된다. SK텔레콤 등 그룹의 유무형의 지원으로도 풀필먼트 투자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장을 나타내지는 못해 왔다. 하지만 박 사장은 그간 매각설을 일축하며 다른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왔다.


11번가와의 커머스 분야 제휴를 계기로 SK텔레콤과 아마존의 전방위적인 플랫폼 협력도 기대된다. 가령, SK텔레콤의 AI 플랫폼 ‘누구’와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의 협력이 점쳐진다. 클라우드 사업 부문에선 이미 양사의 전략적 협력이 진행 중이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5G를 기반으로 고객 상담센터인 스마트 컨택센터를 상용화했다.

SK텔레콤은 “아마존과의 글로벌 초협력 추진이 결실을 맺게 되어 기쁘다”며 “아마존과 커머스 영역을 포함해 다양한 ICT 영역에서 시너지를 지속 창출하며 산업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승부수 던진 박정호…SKT 우버·아마존과 손잡은 이유
앞서 SK텔레콤은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인 우버와도 손을 잡았다. T맵 사업부를 기반으로 연내 설립할 모빌리티 전문 기업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우버와 협력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T맵 택시와 우버 택시를 결합한 택시 호출 합작사를 내년 상반기 설립한다. 조인트벤처는 티맵모빌리티가 가진 T맵 택시 드라이버,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과 우버의 전세계적인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을 합쳐 혁신적인 택시 호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우버의 총 투자금액은 1억5000만달러(약 1725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티맵모빌리티는 우버 외에도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의 기업 가치를 2025년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탈통신 행보 가속화…초협력 외치는 이유
이 같은 SK텔레콤의 초협력 행보는 1등 통신 사업자라는 현실에 안주해 탈(脫) 통신에 보다 과감하게 나서지 않을 경우 언제든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통신 사업은 이미 수년째 시장 포화에 각종 규제로 미래 가치가 매년 하락하고 있다. 박 사장이 2017년 취임 직후 "뉴 ICT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경영 슬로건을 내건 후 체질 개선에 주력해온 이유다. 이 결과, 전체 매출에서 비통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약 27%에서 지난해 약 36%까지 늘었다. 지난 3분기에는 미디어, 보안, 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에서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회사의 비통신 분야 사업 중 보안과 미디어에서도 초협력을 통해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안에서는 지난 2018년 보안업계 2위인 ADT캡스를 인수했다. 기존 보안 상품에 AI를 결합시켜 나가기 위해서다. SK텔레콤의 보안사업 매출은 3분기 ADT캡스의 신규사업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3533억원을 기록했다.

승부수 던진 박정호…SKT 우버·아마존과 손잡은 이유
미디어에서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웨이브'와 '5GX 클라우드 게임' 등에서 타사와의 협력 방침을 이어오고 있다. 웨이브에서 카카오TV 오리지널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된 것 역시 SK텔레콤과 카카오의 협력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하고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카카오M은 자사 콘텐츠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웨이브는 10~20대를 겨냥한 신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응하기 위한 '윈윈'으로 해석된다.

SK텔레콤이 새로운 구독형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는 '5GX 클라우드 게임'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았다. SK텔레콤은 지난 10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엑스박스 올 액세스'를 출시해 MS의 엑스박스 최신형 콘솔과 SK텔레콤 클라우드 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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