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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끊긴 하나투어, 나머지는 이미 '좀비'…여행업계 실업공포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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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유지지원금 만료에 국내 1위 하나투어 2000명 4개월 간 무급…모두투어, 노랑풍선 등도 종료 임박하고 위기감 높아져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업계의 대량 실업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1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하나투어 임직원 2000여명이 다음달부터 4개월간 단 한 푼의 급여도 받지 못하게 됐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종료되면서다. 4개월이 지난 후 월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를 앞두고 있는 다른 여행업체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연말을 기점으로 구조조정 도미노가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높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지난 13일 사내 공지를 통해 현재 시행 중인 무급휴직을 내년 3월까지 지속한다고 밝혔다. 지난 4~5월 유급휴직을 진행한 뒤 6월부터 필수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무급휴직체제를 4개월 추가 연장하는 것이다. 당초 연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던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자 불가피하게 꺼내 든 고육책이다.

하나투어는 올해 3분기 320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액은 94.5% 감소한 101억원에 불과하다. 누적적자만 1100억원에 달한다. 주력사업인 패키지(PKG) 여행을 비롯, 해외여행사업 전반이 '개점휴업' 상태를 지속하고 있어서다. 하나투어의 3분기 패키지 송출객 수는 868명으로 62만명을 보냈던 지난해와 비교해 99.9% 감소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의 투자로 1300억원 가량 채워넣은 곳간도 손실만 메우다 동날 지경이다.



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종로구 하나투어 본사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뉴스1
문제는 12월부터 연장되는 무급휴직에선 말 그대로 월급이 '제로(0)'가 된다는 것이다. 이달까진 정부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 직원마다 기존 월급의 60~70% 수준이 지급됐지만 12월부턴 별 다른 수당을 지급하지 못한다.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기간인 180일을 전부 채웠기 때문이다. 이에 직원들도 상당한 당혹감을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해고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하나투어 측은 "구조조정보단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의지"라며 감원을 전제로한 무급휴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4개월의 무급휴직을 버틴 뒤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현 시점에선 '백신이 차질 없이 상용화된다'는 전제 하에 내년 하반기나 돼야 해외여행 사업을 다시 전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직원 2300여명의 급여를 보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유급휴직 전환도 어렵다. 여행업종 특성상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직원급여 비용으로만 900억원을 썼다.

오갈 곳 없는 여행 종사자들, 연말부터 고비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코로나19)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 안팎에선 정리해고, 희망퇴직 등 하나투어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머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지원금이 끊긴 상황에서의 추가 무급휴직 연장을 그 시그널로 본다. 하나투어가 구조조정은 아니라며 일축했고, 백신개발 등 업황 변동 여부를 지켜봐야 하지만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없어 감원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출이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1년 간의 유·무급휴직을 진행하며 구조조정의 근거도 어느정도 확보했다.

하나투어의 이 같은 소식에 '여행 실업대란'이 머지 않았단 경고음이 커진다. 대다수 업체들이 정부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지원 시한을 각각 한 두달 앞둔 노랑풍선과 모두투어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단 분석이다. 그나마 국내여행 사업을 펼치는 하나투어와 달리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기 때문이다. 무급휴직 중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10% 분담금과 퇴직금, 4대 보험 등의 비용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실제 모두투어의 자회사인 자유투어가 영업을 완전 중단하더니 지난달부터 직원 수를 크게 줄이고 나머지 직원들도 전원 휴직에 돌입했다. 말 그대로 '좀비' 상태다. 더 이상 모회사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인 만큼, 모두투어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랑풍선도 직판 여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부산지사를 폐쇄하는 강수를 뒀다는 점에서 이미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시각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커졌던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코로나19의 확산세가 커졌던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여행사 카운터가 한산한 모습. /사진=뉴시스
여행 '빅3' 외에 주요 중견 여행사들도 무너지는 기미가 보인다. 업황이 바닥난 시점에서 매각도 어려운 현실에 인원감축 후 동면에 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NHN여행박사는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무급휴직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를 포기하고 직원 대부분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한진관광도 전체 직원 절반에 해당하는 100여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나마 참좋은여행이 모회사의 실적 반등과 자체적인 국내여행 사업을 진행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여파는 국내 여행산업 생태계 전반의 붕괴를 이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 근간이 되는 종사자들이 모두 이탈하면 코로나 종식 후 글로벌 여행교류가 재개돼도 국내 여행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간접판매 방식의 사업을 벌여온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에 속해 대리점 형태로 존속해온 소규모 영세 여행사업자나 이 곳에 속한 직원들도 연쇄적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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