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현대백화점 타고 온다…국내서 존재감 키우는 아마존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0.11.16 15:10
글자크기

16일 아마존,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 체결하고 11번가 통한 국내 e커머스 시장 간접 진출 알려

AFP=뉴스1AFP=뉴스1


'글로벌 유통공룡' 아마존이 11번가와 현대백화점을 통해 국내 유통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휴나 협력 형식으로 국내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셈인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측 모두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만큼 국내 유통가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만일 직접 진출하는 식으로 방향을 튼다면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한다. 지분참여 약정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추진으로, 아마존이 한국 e커머스 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형식이 아니라 11번가와의 협력을 통한 간접 진출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은 앞으로는 불편한 직구 과정 없이 11번가 내에서 아마존의 물건을 직접 구매할 수 있게된다.



아마존이 국내 유통가와 손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 8월 아마존은 현대백화점그룹과 손잡고 국내 오프라인 유통가에도 간접 진출했다. 내년 1월 문을 열 예정인 여의도 파크원 현대백화점에 아마존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유통매장을 열기로 한 것이다.
11번가·현대백화점 타고 온다…국내서 존재감 키우는 아마존
이곳엔 세계 최초 무인자동화 매장 '아마존 고'의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쇼핑을 끝내고 문 밖으로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을 활용한 상품 결제, 매장 내 식음료(F&B) 드론 배달,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 안내 시스템 등이 구축·적용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아마존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시스템을 운용하는 자회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전략적 협력협약(SCA)을 체결했다.

이처럼 아마존이 온오프 양측 모두에서 존재감을 키우자 국내 유통가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아마존이 국내 유통가와의 일부 협력 관계를 통해 국내 시장에 대한 감을 익힌 뒤 별도로 독자 진출을 모색한다면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줄 수도 있을 것이란 두려움 때문이다.



특히 e커머스 업계가 바짝 긴장했다. SK텔레콤과 아마존의 전략적 제휴추진에 지분참여 약정 내용이 포함돼있는데, 이를 통해 아마존은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기로 했다. 아마존은 IPO 이후에 11번가 지분을 점진적으로 늘리되 최대 30% 가량 확보할 계획으로 알려졌지만, 업계는 아마존이 11번가의 상장 과정에서 투자 비중을 높여 11번가를 통째로 아마존화할 수 있다며 두려워하고 있다.

만일 아마존이 보다 본격적으로 국내 e커머스에 진출한다면 e커머스 업계 세력지형도는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내 e커머스는 △네이버쇼핑 △쿠팡 △이베이코리아 △11번가 △위메프 △티몬 순으로 다양한 사업자들이 세력을 나누고 있는데, 아마존이 직접 진출한다면 단숨에 순위권 e커머스 업체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아마존이 직접 진출한 일본에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마존은 2000년 '아마존재팬'을 설립해 일본 e커머스 업계서 야후재팬, 라쿠텐과 1~3위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아마존이 한국 e커머스 시장의 성장성을 크게 봤지만,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최초로 간접적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며 "11번가와 제휴 관계를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감각을 익히면 갑자기 제휴 관계를 그만 둘 수도 있고, 11번가에 투자 비중을 높여 11번가를 아마존화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이 일본, 영국 등 타국 e커머스 시장에 진출해 성공하지 못했던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두려운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