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처럼? 대한한공·아시아나 뭉치면 '세계 10위'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김민우 기자, 유선일 기자 2020.11.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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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한가족 되나]下

16일 산경장 회의…아시아나 한진그룹에 매각 논의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에 매각하는 게 핵심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16일 오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아시아나의 경영정상화 추진방안 관련 진행상황 등을 점검한다. 회의에는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 정부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함께 참석한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된 이후 정부는 지난 9월 산경장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채권단 관리 아래서 정상화 작업이 순조로울지도 의문이었다.

1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사정도 좋지 않다. 대한항공은 화물사업 호조로 3분기에도 7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채권단의 지원이 추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채권단은 지난 4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빌려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채권단이 아시아항공과 대한항공을 각각 지원하는 것보다 항공업 노하우를 가진 한진그룹에 아시아나를 넘겨 한꺼번에 회생을 도모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두 회사가 합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금융권과 항공업계는 분석한다.

채권단은 현재 진행중인 아시아나항공의 감자가 마무리된 뒤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최대주주가 된다. 채권단의 채권 일부를 출자전환하면 지분율은 더욱 높아진다. 채권단은 이렇게 확보한 아시아나 지분을 한진칼에 넘기고 대신 한진칼 주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할 때의 방식과 유사하다.

대한항공 지원으로 여유가 없는 한진칼은 아시아나 인수에 필요한 재무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채권단은 한진칼의 3대 주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를 인수하기 위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LCC(저비용항공사)까지 포함하면 한진그룹의 항공 점유율은 60%가 훌쩍 넘어서게 된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동조합의 반발도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6개 노조는 긴급회동을 갖고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회장측과 경영권 분쟁중인 KCGI(강성부펀드) 등 3자 연합측의 반대도 걸림돌이다. 강성부 KCGI 대표는 “경영권 분쟁 중에는 3자배정 증자를 못하는 게 정설”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혈세를 투입해 살려놓은 아시아나항공을 한진그룹에 넘기는 과정에서 헐값 매각 시비도 나올 수 있다. 한진칼 시가총액은 4조6000억원으로 채권단이 한진칼 지분 30%를 받는다면 아시아나를 한진그룹에 넘기는 값은 1조4000억원에 그친다. HDC현대사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아시아나를 2조5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었으나 결렬됐다.

이학렬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인수, 현대차-기아차 사례 밟을까
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서울 중구 대한항공 서소문사옥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인수가 성사될 경우 시장점유율 60% 이상의 독과점사업자가 탄생하지만 공정위는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회사’로 보고 예외규정을 적용해 인수를 승인할 가능성이 크다.

◇‘공룡 항공사’ 탄생

[서울=뉴시스] 특수 컨테이너가 대한항공 화물기에 탑재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0.07.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 특수 컨테이너가 대한항공 화물기에 탑재되고 있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제공) 2020.10.07. [email protected]
15일 정부에 따르면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확정되면 공정위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 대상 기업 한쪽의 자산총액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한쪽이 300억원 이상이면 공정위 신고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 때 경쟁제한성을 따진다. 예컨대 기업 간 인수합병(M&A)으로 독과점사업자가 탄생하는 경우 자산 매각, 요금 인상 제한과 같은 시정조치를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하거나, 이런 시정조치로도 경쟁제한성을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불허’를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공정위 승인을 낙관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내선 점유율은 각각 22.9%, 19.3%다. 진에어(대한항공),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항공) 등 양사 저가항공사(LCC) 점유율까지 고려하면 대한항공은 총 62.5%를 점유하게 된다. 이른바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는 상황인 만큼 공정위로선 깐깐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위가 강력한 시정조치와 함께 승인 결정을 내린다면 대한항공이 스스로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핵심 자산 매각, 주요 노선 포기 등을 조건으로 내걸 경우 대한항공으로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이유가 크게 줄어든다. 이번 인수 추진의 주요 배경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고, 대한항공 역시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공정위로서도 강한 시정조치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제2의 현대차-기아차 사례 나올까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2020.11.06.    chocrystal@newsis.com[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2020.11.06. [email protected]
일각에선 공정위가 ‘예외규정’을 적용해 대한항공의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회생이 불가한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경쟁제한성을 따지지 않는다. 회생이 어려운 회사가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보다, 기업결합 승인으로 해당 회사 자산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는 것이 경쟁 촉진 관점에서 더 낫다는 점을 고려한 제도다.

이 경우 공정위는 △재무구조 △지급불능 가능성 △기업결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회사 설비 등이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려운지 여부 △해당 기업결합보다 경쟁제한성이 적은 다른 기업결합이 이뤄지기 어려운지 여부 등을 종합 고려하게 된다.

1999년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심사가 대표 사례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하면 한국 시장 점유율이 승용차 55.6%, 버스 74.2%, 트럭 94.6%로 높아지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기아차가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며, 현대차의 인수로 산업합리화, 국제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공정위가 내건 조건은 ‘3년간 트럭의 국내 가격 인상률을 수출 가격 인상률 이하로 유지’밖에 없었다.

공정위가 지난 4월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승인한 것도 예외조항 적용 사례다. 당시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2013~2019년 자본잠식 상태고 △2020년 3월 말 기준 1152억원 규모 미지급 채무액을 상환하기 어렵고 △제주항공 외 인수 희망자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조건 없이 인수를 승인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대한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 “아직 기업결합 신고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회생 불가 회사’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유선일 기자

대한항공-아시아나 합치면 세계 10위.."항공산업 대형화 기회"
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사진=인천=이기범 기자 leekb@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10대 항공사'로 대형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이 이번 인수합병(M&A)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일각의 평가다.

◇에어프랑스처럼 세계 10대 항공사로 도약.."경쟁력 높인다"

15일 정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과 관련해 정부 내부에서는 항공산업 발전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다.

특히 항공산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두 회사의 M&A가 성사 된다면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좋은 기회라고 본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인수합병을 전제로 얘기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진단했다.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167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84대다. 둘을 합하면 251대(2020년 6월말 기준)가 된다. 에어프랑스(220여대) 루프트한자(280여대) 등 세계 10위권 규모의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해 대규모 기단을 보유하면 인천공항이 세계의 허브공항으로 도약할 수 있어 시너지효과가 난다. 현재 인천공항의 슬롯(시간당 최대 이착륙 횟수) 24%를 대한항공이 점유하고 있고 16%를 아시아나가 점유하고 있는데 이 둘을 합하면 인천공항의 슬롯 40%를 점유한다.

이 경우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기능이 강화된다. 인천공항과 국적항공사의 네트워크가 긴밀해 지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허브 앤 스포크'란 메인 공항을 중심으로 세계 항공사들이 '동맹'을 맺어 노선을 공유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한항공이 대형화 돼 슬롯을 40% 이상 점유하게 된다면 다른 나라 항공사들과의 협업이 수월해지고 노선 공유가 더 잘 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또 "정비부분을 하나로 합치는 등 비효율을 줄일 수 있고 미주 노선을 비롯해 주요 노선의 경우 비슷한 시간대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운영하던 노선의 시간대를 분산할 수 있어 소비자 편익측면에서 좋아질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인력구조조정은 우려"경쟁체제라 운임 인상 등 독과점 횡포는 없을 것"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력 감축을 할 수 있어서다.

항공기 한대당 작은 비행기의 경우 100명의 직원이 필요한데 만약 구조조정을 이유로 비행기를 40대만 줄인다고해도 4000명이 해고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도 고용문제를 우선적으로 챙겨보고 있다”며 “노선을 없애거나 기단규모를 줄일경우 통합효과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독과점체제'로 인한 운임인상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항공사뿐 아니라 외국항공사와 무한경쟁하는 체제라서 국적항공사가 두개에서 하나로 줄어든다고 독과점의 횡포가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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