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입국절차간소화제도)이 사실상 끝난 가운데 중국의 변덕스러운 조치에 국내 대기업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사태를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13일 업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이날 중국 시안과 톈진으로 떠날 예정인 삼성전자 전세기 2편이 전부 취소됐다. 이번 조치는 중국 민항국이 취한 것으로, 삼성전자는 이번 주 초 취소 사실을 일방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낸드플래시) 생산기지가 있는 시안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5월 직접 찾을 정도로 전사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전략적 요충지다. 특히 올 상반기 첫 가동한 시안 제2공장은 현재 양산 준비를 끝내고 2단계 투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소식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자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전용기 등 해외 부정기 노선을 막은 것"이라면서 "이런 조치를 언제까지 유지할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임직원의 대규모 입국은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 종료?…中 코로나19 확산 여부가 변수
지난 4월 중국은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 200여 명에 대해 '특별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중 기업인 대상 패스트트랙이 본격화됐고 LG디스플레이 (10,130원 0.00%) 등 국내 대기업의 중국행 하늘길이 속속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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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반년 만에 중국이 자국 입국을 봉쇄한 것은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톈진에 3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무증상 감염)가 나온 데 이어 산시성 타이위안에서는 역외 유입 확진자 1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타이위안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시안과 차로 6시간 거리다. 특히 중국은 11일부터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통해 중국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에 대해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진단검사 음성확인서 두 장 제출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번 중국의 예측 불허 조치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은 초조해하는 모습이다. 현지에 생산라인을 둔 삼성 관계사는 삼성디스플레이(톈진, 둥관)와 삼성전기 (143,200원 ▼1,700 -1.17%)(톈진), LG전자 (92,800원 ▲800 +0.87%)는 톈진, 상하이, 타이저우, SK하이닉스 (171,000원 ▼600 -0.35%) 우시와 함께 최근 인수한 인텔의 다롄 낸드 공장이 있다. 이 외에도 현대차와 SK이노베이션도 중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중국이 국내 기업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행 전세기를 띄웠지만 또다시 가능할지는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와 달리 중국이 이번 조치를 단행하기 직전 전세기를 신청해 입국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중국의 코로나19 조치로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국내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여부가 최대 변수다. 지난 5월 이후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을 통해 중국에 입국한 한국 기업인은 1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본지 보도 이후 외교부는 "한중 기업인 패스트트랙 제도운영이 중단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중국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이 전세기 입국을 차단함에 따라 우리 기업인은 당분간 개별로 입국하는 방법 밖에 없다. 기업인 패스트트랙 적용을 받지 못하면 일반 입국자와 동일하게 현지 도착과 동시에 28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현지 생산라인을 둔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향후 인력을 어떻게 보낼지 우려스럽다"며 "중국 정부의 완화된 조치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