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개인배정 물량 최대 30%…비중조정 이뤄질까(종합)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반준환 기자, 조준영 기자 2020.11.13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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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빅히트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 409.44대 1, 미래에셋대우 275.54대 1, NH투자증권 273.19대 1, 키움증권 257.56대 1로 평균 326.17대 1 수준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13만 5천 원이며 일반 청약에 배정된 물량은 신주 713만주의 20%에 해당하는 142만6천 주다. 2020.10.6/뉴스1(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하반기 IPO(기업공개) 시장 '최대어'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 마지막 날인 6일 서울 중구 NH투자증권 명동WM센터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빅히트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한국투자증권 409.44대 1, 미래에셋대우 275.54대 1, NH투자증권 273.19대 1, 키움증권 257.56대 1로 평균 326.17대 1 수준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13만 5천 원이며 일반 청약에 배정된 물량은 신주 713만주의 20%에 해당하는 142만6천 주다. 2020.10.6/뉴스1


“공모주 개인 배정 물량을 20%에서 30%로 늘리고, 이 중 일부는 모든 개인에게 균등 배분하자.”

12일 금융투자협회가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개최한 ‘공모주 배정 및 IPO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제안이다. 금융당국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방향성이 읽힌다.

◇개인 투자자 배정 공모주, 전체의 20%에서 30%로
우선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 확대 방안이 있다. 현행 제도는 IPO 과정에서 일반 투자자(개인)에게 공모주의 20% 이상을 배정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과 하이일드펀드 우선 배정 물량을 활용해 절대 물량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코스피는 20%, 코스닥은 20% 이내에서 공모주 우선 배정을 받는데 미달 사례가 적잖다. 이 미달물량을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청약자에게 최대 5%까지 배정하면 물량 확대가 가능하다.

또 현재 하이일드펀드에 대한 공모주 10% 우선배정 제도가 있다. 올 연말 일몰 예정인 제도를 연장하되 하이일드펀드 공모주 우선배정 물량을 5%로 줄이는 대신 나머지 5%를 개인투자자 몫으로 배정한다. 이 연구위원은 “전체 공모 주식의 20% 수준인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균등 배정으로 소액투자자 챙기자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왼쪽 5번째)및 주요 내빈들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왼쪽 5번째)및 주요 내빈들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서 시초가 확인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현재 공모주 개인 배정 방식은 고액자산가에 유리하다. 증거금 규모에 따라 비율적으로 차등 배정 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청약 증거금 경쟁 과열 문제도 발생한다. 이 연구위원은 ‘차등 배정’과 ‘균등 배정’의 혼합을 제안했다. 균등 배정은 최소 청약 증거금을 낸 모든 개인에게 동등하게 배정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 중 절반 이상을 균등 배정으로 하고 나머지 물량에 대해선 지금과 마찬가지로 증거금 규모에 따라 차등 배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또 상장 주관사가 복수인 경우 여러 증권사를 통한 복수 청약을 금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또 주관사가 사전 지정한 기관투자자에 IPO 기업의 공모주 물량 일부를 우선 배정하고 장기 보유하는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도 거론했다.

◇상장 뒤 주가 변동성도 줄이자…초과배정옵션 활성화
공모주 상장 초반 급격한 주가 변동성을 낮추는 방안도 논의됐다. 상장 직후 급락세를 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사례 때문이다.

현재 존재하는 ‘초과배정옵션’ 제도의 보완이 대안으로 나왔다. 초과배정옵션은 공모 주식의 최대 15%까지 상장 주관사가 추가로 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실제 투자자에게 배정하는 공모주 수가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IPO 기업이 상장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상장 주관사가 초과 배정한 공모주 물량 만큼 시장에서 매수해야 한다. 주가 하방을 지지하는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의미다. 현행 제도는 주관사가 공모가의 90% 이상에서 시장가격으로 매수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80%로 낮추자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제안이다.

이 연구위원은 “초과배정옵션을 활용하면 공모주 가격 급락이나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에 있어 중요한 제도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도윤 기자 justice@

◆기관→개인, 공모주 비중 조정 이뤄질까?
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삼성증권의 아파트 단지 주변에 위치한 지점들은 2일 아침 일찍부터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을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삼성증권은 청약고객을 위해 각 지점에 방역전담직원과 자동체온기 등을 운영했다. / 사진제공=삼성증권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투자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는 것은 현행 IPO(기업공개) 제도에 여러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현행 공모주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는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등 IPO 시장의 대어들이 잇따라 등장했으나 기관 투자자들만 돈을 벌었을 뿐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온 몫은 극히 적었다.

기본적으로 공모주 배정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 20% △개인투자자 20% △국내외 기관 60% 라는 공식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정된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카카오게임즈나 빅히트 같은 인기 기업의 경우 수 천 만원의 청약금을 넣고도 1주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잇따랐다.

청약 증거금은 카카오게임즈 58조5542억원, 빅히트 58조4236억원이다. 지난 6월 IPO 공모 청약 증거금 기록을 세운 SK바이오팜(30조9899억원)의 2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증거금으로 낸 돈의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차등 배정되는 현재 공모주 배정 방식에 따라 개인 중에서도 소액 투자자는 공모주 청약 접근성이 비교적 떨어진다. 돈을 많이 낼수록 더 많은 공모주를 받기 때문에 고액자산가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 확인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 확인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실제 SK바이오팜이나 카카오게임즈, 빅히트 같은 인기 공모주의 경우 소액 투자자는 1주를 받기도 쉽지 않았다.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청약증거금 없이 사전신청으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보호 예수나 의무보유 확약으로 상장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나 투자기회 측면에선 개인과 비교되지 않는다.

국내 IPO 시장이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는데, 경직된 제도적 관행이 큰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IPO 시장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이해가 낮아 기관들의 참여가 중요했다.

아울러 수요예측을 통해 시장에서 생각하는 적정 공모가를 제시하는 것도 기관들의 역할이었다. 이 밖에 여러 이유로 공모주 배정을 늘려줄 필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관들이 오히려 공모주 시장을 흐리는 부작용이 생겨났고 개인들의 자금이 증시로 크게 유입되면서 ‘안정적인 자금공급’이라는 역할도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IPO 기업의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적게는 100여곳에서 많게는 1400곳에 달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 뿐 아니라 투자자문사, 벤처캐피탈 등 소규모 기관들이 크게 생겨난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관들도 인기종목에는 북새통이 터지고, 비인기 종목은 아예 쳐다보지 않는 경우가 잇따른다. 안정적인 IPO 시장의 운영과 무관해진 셈이다. 그러면서도 투자 메리트가 있는 유망 IPO 기업의 주식은 더욱 많이 받아간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앞으로 고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주당 13만5000원이며, 공모주식수는 713만주, 총 4조8천억원 규모다. 2020.10.5/뉴스1(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일반 공모 청약이 시작된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영업점 앞으로 고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공모가는 주당 13만5000원이며, 공모주식수는 713만주, 총 4조8천억원 규모다. 2020.10.5/뉴스1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유망기업의 경우 기관 투자자들도 공모주를 많이 배정받기 위해 실제 투자 여력 이상의 물량을 주문하곤 한다”며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가 많아질수록 수요예측과 공모가 결정이 왜곡되는 부작용이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공모주의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을 늘리고, 배정 방식에도 변화를 주려고 고민하고 있는 배경이다. 오세정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본부장은 “공모주 가격의 적정성, 공모주 배정 방식의 적정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는 만큼 업계, 금융당국이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공모주 배정수량과 방식을 좀 더 다양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모주의 경우 시장상황이나 상장기업들에 따라 흥행이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상장 주관사와 기업들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해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어느때 보다 IPO 시장 투자열기가 뜨거웠으나 2~3년전에는 IPO 투자수익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며 개인투자자 참여가 급감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2018년 IPO제도개선에 코너스톤(공모가 확정 전에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미리 배정하는 방식) 도입이 강하게 논의됐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직된 제도를 고집하기 보다 시장상황에 맞춰 보다 다양하고 범위가 넓은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준환·김도윤 기자 abcd@

◆빅히트가 제동건 공모주 개편…IPO 개인물량 늘어날까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현행 IPO방식은 고액자산가일수록 유리하다”

지난 8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IPO(기업공개) 제도손질 의지를 드러낸 지 3개월. 금융당국의 강한 의지는 다소 꺾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영향 때문이다.

지난 7월 SK바이오팜이 공모주 열풍의 신호탄을 쐈고, 9월 카카오게임즈는 이를 재확인했다. 역대 최대 청약금액이 경신되는 등 공모주를 받으려는 대규모 자금유입에 증시유동성이 크게 출렁였다. IPO투자는 고수익을 반드시 보장해줄 것만 같은 보증수표로 받아들여졌다. 실제 그랬다. 공모가 두배로 시초가를 형성하고 상장 첫날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하는 ‘따상’이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에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보유현금을 공모주 청약에 몰아넣는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됐다.

1억원을 청약해도 높은 경쟁률 탓에 1~2주밖에 얻지 못하자 개인에 배정되는 공모물량을 확대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라 정해진 개인배정물량 비중 20%를 늘리자는 제안과 함께 △복수계좌 청약금지 △소액청약자 우대 △추첨제 방식 등 여러 안이 제시됐다.

금융당국도 공모주 제도 손질에 들어갔다. 하지만 세번째 공모주자였던 빅히트의 주가가 추락하면서 톤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빅히트는 상장일에 주가가 빠지기 시작해 5거래일 연속 추락하는 등 ‘빅히트 주식을 어떻게 환불해야 하냐’는 초보투자자들의 아우성이 가득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업계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8.27/뉴스1
이날 금융위와 금융투자협회가 주관한 공모주 관련 공청회도 시장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들어보려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업계 우려를 알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증권업계의 우려가 상당한 게 금융당국의 발길을 무겁게 한다.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등 큰 인기를 얻은 IPO종목 외에 비인기종목의 경우 물량이 배정되지 않으면 이를 모두 증권사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섣불리 개인물량을 늘릴 경우 오히려 IPO시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공모주 역시 얼마든지 손실을 볼 수 있는 금융 상품인데, 최근 일부 공모주의 수익률이 좋다고 개인 투자자 배정 물량을 늘린다면 향후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개인 투자자의 경우 기관보다 기업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가격 결정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일부 여론에 따라 IPO 시장의 개인 투자자 접근성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인 셈인데, 향후 공모주 투자 손실이 불거질 경우 제도 개선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준영·김도윤 기자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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