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사각지대' 기업, 매출 12%가 내부거래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2020.11.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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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0.10.30.   kmx1105@newsis.com[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2020.10.30. [email protected]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전체 매출 가운데 11.7%를 내부거래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을 29%대로 맞춰 아슬아슬하게 규제를 피한 현대글로비스·(주)LG 등 5개 대기업 계열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23.1%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회에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 경계선’ 5개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 23.1%
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2020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에 따르면 총 343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 회사의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는 26조5000억원, 비중은 11.7%에 달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기업 총수일가가 지분을 20%(상장사는 30%) 이상 보유한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다. 공정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 등을 규제 사각지대 회사로 분류하는데, 이들 기업은 매출의 10% 이상을 내부거래로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이 29%대인, 이른바 ‘규제 경계선’에 있는 현대글로비스, ㈜LG, KCC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 태영건설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은 23.1%로 집계됐다.

사각지대 회사의 내부거래 중 95.3%(25조2000억원)는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수의계약 비중은 규제대상 회사(95.4%)와 비슷했고, 금액은 규제대상 회사(8조4000억원)의 약 3배에 달했다.



공정위는 규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회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발의한 개정안은 총수일가 지분율 요건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하고, 이들의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총 176개 규제대상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1.9%, 금액은 8조8000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비중은 1.0%포인트 증가했고, 금액은 1000억원 감소했다.

총수 2세 지분 많은 회사, 내부거래 비중 높아
/사진=유선일 기자/사진=유선일 기자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전체 내부거래 규모는 196조7000억원, 비중은 12.2%로 지난해(197조8000억원, 12.2%)와 유사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37.3%), SK(26.0%), 태영(21.4%) 순으로 집계됐다. 내부거래 금액이 큰 집단은 SK(41조7000억원), 현대자동차(37조3000억원), 삼성(25조9000억원) 순이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집단(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CJ)의 내부거래 비중은 전년대비 0.3%포인트 증가(13.8→14.1%)했지만, 금액은 4000억원 감소(150조8000억원→150조4000억원)했다.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 비중 간 뚜렷한 상관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는 20% 미만인 회사보다 내부거래 비중이 크게 높았다. 구체적으로, 총수 2세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19.1%(20% 이상) △15.3%(30% 이상) △15.3%(50% 이상) △18.9%(100%)로 나타났다.

성경제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총수 2세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경영권 승계에 활용하는 것과 긴밀하게 연관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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