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리백신 92% 효과"…화이자 발표와 너무 다른 반응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0.11.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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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발표 이틀 만에 '스푸트니크V' 효과 발표한 러시아

러시아가 11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가 3상 임상시험에서 92%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3상 중간분석 결과 90% 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전문가들은 스푸트니크V 효과에 여전히 신중한 입중이다. 무엇보다 20건의 임상사례에 기반한 결과라는 점에서 성급히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AFP사진=AFP


A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스푸트니크V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 92%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두 차례 접종을 끝낸 1만6000명 가운데 지금까지 등록된 20명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근거로 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V 개발사는 1차 접종 3주 뒤 2차 접종을 하고 2차 접종 후 3주가 더 지나야 완전한 면역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RDIF는 일부 참가자들에게 일시적으로 접종부위 통증이나 발열, 두통, 피로 같은 감기증상은 있었지만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3상은 6개월 동안 계속될 것이며 관련 자료는 동료평가를 마친 뒤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공개하겠다고 했다.

RDIF는 3상 임상과 별도로 스푸트니크V를 러시아 당국의 승인 후 의료진과 코로나19 고위험군을 포함해 신청자 1만명에 접종해 관찰했으며 90% 효과를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외부 보건전문가들은 고무적인 소식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 시점이 화이자 발표 이틀만이라는 점에서 러시아가 백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9일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3상에서 참가자 94명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 90% 이상 예방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런던 위생·열대 의학대학원의 마틴 맥키 교수는 CNN을 통해 20건 사례는 "92%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너무 빈약한 근거"라면서 "화이자는 애초 32건을 바탕으로 중간분석을 내려고 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베일러의학대 피터 호테즈 박사는 "한 눈에 봐도 20건의 사례를 두고 92% 효과를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서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효과와 안전성보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만 혈안이 된 것 아니냐고 우려해왔다. 특히 지난 8월 임상 3상도 건너뛴 채 스푸트니크V를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등록해 일반인에 접종을 시작하면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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