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당선으로 미중 관계가 달라질까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2020.11.13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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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보고 크게놀기]트럼프나 바이든이나 미국의 대중국 입장은 마찬가지

편집자주 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3일 치러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조 바이든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와 맞닥뜨린 국가는 중국이었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보복관세 선포와 함께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었고 올해도 여러 번에 걸쳐 화웨이를 제재하는 등 중국을 집중 견제했다. 트럼프가 물러나고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면 과연 미중 관계는 달라질 수 있을까.

우선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해도 미중 경쟁의 본질은 변화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중국 경제 규모는 글로벌 경제의 16.3%를 차지하며 미국(24.4%)의 뒤를 바짝 쫓았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대중정책에 있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을 전략적인 경쟁상대로 여기고 있는 점은 동일하다. 미국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3%가 중국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대비 26%포인트 높은 수치다. 특히 공화당원 중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비중(83%)이 민주당원보다 높긴 했지만, 민주당원 중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비중도 68%로 달하는 등 상당히 높았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 역시 대중 관계에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할 것이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내년 1월 20일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대중 무역관세를 단기간 내 폐지하거나 낮출 가능성도 적다.

단지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오랫동안 미 상원에서 외교위원장을 역임하는 외교전문가이며 다자주의를 신봉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미중 갈등이 극단적 충돌로 갈 가능성은 줄어들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막무가내식 치킨게임보다 무역갈등을 국제규범에 맞춰 보다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며 좀 더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칠 것이다. 중국에서도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미중 갈등이 트럼프 대통령 때처럼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기존 동맹국과의 동맹 복원 후 유럽 각 국, 한국, 일본 및 인도와의 동맹을 통해서 중국에게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보다는 WTO 등 다자주의의 틀 안에서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같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기후변화, 핵확산 방지 같은 공동의 이익을 가진 분야에서는 미국 역시 중국과의 협력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순서는 내년 1월 20일 바이든이 대통령에 취임하고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원한 이후가 될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2009년 이후 양국을 오가며 개최했던 미중 전략 경제대화 같은 대화기제도 미국이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 WTO 패싱 등 미국 우선주의는 오히려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기회를 제공해온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의 동맹 복원 및 다자주의 복귀로 인해 이런 기회는 축소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신장 위구르와 티벳 소수민족 문제, 홍콩 시위 등 중국의 정치·인권 문제에는 보다 엄격한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마찰이 커질 소지는 있다.

게다가 중국에서 나오는 우려 중 하나는 퇴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치 못한 대중제재를 취하는 일이다. 만약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상장 폐지나 중국 기업의 블랙리스트 추가 등 바이든 취임 후에도 원상회복하기 힘든 조치를 내린다면 미중 관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말 인사를 보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결국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도 미중 경쟁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예측가능성이 높아지고 보다 정교한 외교전의 양상을 띠는 등 동맹관계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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