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스타트업 투자에 꽂힌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0.11.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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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회사 하이트진로가 스타트업 투자에 꽂힌 이유는


디자인 제조, 실시간 스포츠 퀴즈 게임, 먹거리 쇼핑몰 등…. 서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사업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이트진로가 올해 지분 투자를 체결한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대기업 주류회사가 '술'과 거리가 먼 스타트업들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어울리지 않는 만남에는 남다른 목적이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목적은 주체에 따라 다양하지만 보통 기술·사업적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주류사업이 절대적인 하이트진로가 투자한 기업들은 주류 사업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 목적은 '시너지 창출'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는 '불안'에서 시작됐다. 산업간 경계가 급격히 무너지는 최근 경영 환경에서 주류사업에만 의존하는 기업 구조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하이트진로는 주류산업에서는 선도적 기업이지만 주류사업을 벗어나서는 전문적인 이해도와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지속성장하기 위해 주력산업과 더불어 하이트진로를 같이 끌어갈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리고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는 스타트업 투자를 이종산업과 사업모델에 대한 효과적인 학습과 경험의 기회로 보고 있다. 따라서 투자처 선정 기준도 다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아닌 스타트업 자체의 사업성과 해당 업체가 속한 산업·시장의 성장가능성 등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같은 기준으로 하이트진로는 올해 △5월 온라인 HMR(가정간편식) 쇼핑몰 요리버리를 운영하는 '아빠컴퍼니' △6월 리빙테크사 '이디연' △6월 스포츠퀴즈게임사 '데브헤드' △8월 푸드플랫폼 퍼밀을 운영하는 '식탁이있는삶' △11월 수산물 온라인 중개 플랫폼 서비스 신선해를 운영하는 '푸디슨' 등 총 5개 업체에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객관적인 선정 기준 덕분에 투자 성과도 좋다. 하이트진로의 첫 투자처인 온라인 HMR 쇼핑몰 '요리버리'를 운영하는 아빠컴퍼니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번째 투자처인 식탁이있는삶의 올해 1~10월 사업별 매출도 △가공 수산물 150% △밀키트 300% 이상 신장했다.


하이트진로는 스타트업 투자 원년인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1~2개의 추가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스타트업 투자를 전담하고 있는 신사업개발팀 허재균 상무는 "3년간 투자와 학습, 협업이 쌓인다면 그 포트폴리오 내에서 하이트진로가 추진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발굴의 기회와 방향성이 만들어질 것"이라며 "당장은 급하게 투자성과를 논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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