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노래, 1절 부르고 '헉헉'…"PC방서 눈 가리는 격"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11.11 07:10
글자크기

[현장+] 노래 부를 때도 '마스크 의무'…방역+민생 균형점 찾다 벌어진 '웃픈 풍경'

마스크를 쓴 40대 후반 자영업자가  황치훈의 ‘추억 속의 그대'를 부르다 1절 후반부에 포기 했다. /사진제공=김시동구로구 악쓰는하마 코인노래방 사장마스크를 쓴 40대 후반 자영업자가 황치훈의 ‘추억 속의 그대'를 부르다 1절 후반부에 포기 했다. /사진제공=김시동구로구 악쓰는하마 코인노래방 사장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사랑에 홀로 돌이켜본 추억은…헉헉"

숨을 쉬기도 고음 처리를 하기도 힘들다. 40대 후반 손님이 황치훈의 노래 '추억 속의 그대'를 부르다 1절을 다 못마치고 포기했다.

10일 김시동 구로구 악쓰는하마 코인노래방 사장(51)이 전날 본인 업소를 찾았던 손님의 경험담이라며 사진과 함께 전한 사연이다. 서울시가 질병관리청에 코로나19(COVID-19) 관련 새 방역 지침의 유권해석을 요청해 "노래를 부를 때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답변을 들은 뒤 벌어진 일이다.



일선 자치구들이 서울시로부터 분야별 방역지침을 받고 노래방 업주들에게 '11월7일 0시부터 노래를 할 때도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내용을 적은 안내문자를 잇따라 보냈다.

노래방 업자들에게는 마스크 착용 의무 등 방역수칙 게시 및 준수 안내, 출입자 체온체크, 방역관리자 지정 등이 의무화됐다. 단 1회라도 핵심방역지침을 위반하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따라 2주간 집합금지 명령을 맞고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오는 13일부터는 마스크 미착용자에게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노래방 업자들은 업종의 특성이 무시된 '탁상행정'이라고 성토한다. 식당과 카페에서도 원칙상 마스크는 써야 하지만 음식물·음료 섭취 시점에선 벗어도 돼 형평성이 안 맞는다는 논리다.

김 사장은 "코랑 입을 막으니 산소호흡기를 끼고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노래할 맛도 안나고 손님들에게 아르바이트생이 '마스크 쓰고 노래 불러주세요'라고 말하면 싸움이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 /사진제공=김시동 구로구 악쓰는하마 코인노래방 사장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 /사진제공=김시동 구로구 악쓰는하마 코인노래방 사장
이날 같은 업소를 찾은 A군(15)은 머니투데이와 전화 인터뷰에서 '꿈속에 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마스크를 쓰니 노래 부르는 것보다 숨이 더 차고 목소리도 덜 난다"고 말했다. A군의 친구로 함께 노래를 부른 B군(15)도 "방에 저희 밖에 없는데 굳이 마스크를 써야되나"라며 "어차피 위생커버도 있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들은 3000원 어치 세 곡을 신청했지만 결국 한 곡도 제대로 부르기 힘들었다고 한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방역지침에서 비롯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중수본(중앙사고수습본부)으로부터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기존과 달라진 지침이 내려왔다"며 "기존엔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경우 마스크 착용'이었는데 이번엔 단순하게 '마스크 착용'이라고만 기재돼 중수본에 물었더니 질청(질병관리청)에 답변을 들으라는 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가 질청에 문의한 결과 노래를 부를 때도 마스크를 써야 된단 답변이 나왔다.



새 지침이 '노래를 부를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뜻인지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했던 문제로 알려져 있다.

막상 이 같은 결론이 내려지니 업자들은 반발한다. "PC방에서 눈을 가리고 게임을 하는 격" "손님들이 숨을 못 쉰다"는 등 불만이 나온다.

정부가 민생과 방역 사이 균형점을 찾다 펼쳐진 '웃픈(웃기지만 슬픈)' 풍경이다. 업주들은 10월 집합금지에서 풀려난 뒤 또 다시 영업을 하지 말란 조치를 당했다는 심경이다. 수도권 노래연습장 비대위 소속으로 노래방에 걸렸던 집합금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던 김 사장은 또 다른 난관을 만났다고 본다.



다만 의료계에선 노래를 부를 때도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하는 게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필요한 자세란 지적이 나온다. 사회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감내하는 게 불가피하단 것.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쓰는 건 자신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감염을 시키지 않는 목적이 크다"며 "노래를 부르면 비말과 에어로졸이 많이 발생하니 마스크 착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노래방 마스크 의무 착용 관련 안내 문자서울 영등포구의 노래방 마스크 의무 착용 관련 안내 문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