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관광 주춧돌 카지노도 코로나 여행절벽에 '와르르'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1.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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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장기화에 GKL, 파라다이스 VIP·매스 수요 모두 끊겨…강원랜드도 사상 첫 적자운영 불가피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방역작업. /사진=강원랜드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방역작업. /사진=강원랜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관광산업 보릿고개가 길어지는 가운데 카지노 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파라다이스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은 국내 거주 외국인으로 간신히 매출 '제로(0)'를 면하고 있고, 강원랜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영업 정상화가 요원하다. '흑자 보증수표'로 불리며 국내 관광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적잖은 기여를 해왔지만 코로나 사태가 낳은 '여행절벽'으로 초토화되고 있다.



끊어진 인바운드, 파라다이스·GKL 텅 비었다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카지노가 한산한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 카지노가 한산한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지노 업체들이 지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역대급 '실적쇼크'를 기록하며 침체를 거듭한다. 국내 외국인 카지노 양대산맥 GKL과 파라다이스가 나란히 적자로 돌아섰다. GKL은 3분기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감소한 347억5700만원을 내는 데 그쳤다. 파라다이스도 31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3분기 270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90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예견된 실적쇼크다. 주 고객층인 일본,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하늘길이 여전히 봉쇄된 탓에 '개점휴업'이 지속됐다. 3분기 방한 외국인이 95% 이상 감소하며 그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단체(PKG), 개별(FIT) 여행 뿐 아니라 △상용 △공용 △유학·연수 △기타(나머지+승무원) 등 여행수요 전반이 '제로(0)'에 수렴하며 관광·비즈니스 수요가 모두 끊겼다. 국내 거주 외국인, 교포들의 방문으로 매출 제로라는 최악의 상황만 간신히 면했다.



실제 7~9월 서울 강남과 강북, 부산에 위치한 GKL의 세븐럭 사업장을 찾은 방문객은 1만4784명에 불과, 전년 동기(5만3599명) 대비 72% 가량 줄었다. VIP 고객은 8718명에서 1844명으로 79% 가량 급감했다. VIP가 매출의 근간인 파라다이스 역시 3분기 VIP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74% 줄어든 1만3618명에 불과했다. 2만명에 달했던 일본 VIP는 7~9월 세 달 동안 단 54명 방문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양호한 홀드율(드롭액에서 카지노가 거둔 금액 비율)을 기록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내국인 카지노 강원랜드 역시 여전히 업황이 바닥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상반기 내내 이어졌던 휴장이 7월부터 제한적으로나마 풀렸지만 8월 중순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시 영업이 어려워졌다. 3분기 649억원의 적자를 냈고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 줄어든 766억원에 그쳤다.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던 직전 분기보다 적자폭을 줄이긴 했지만 창립 이래 첫 적자운영이 불가피해졌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활로가 안 보인다
/사진=GKL/사진=GKL
파라다이스와 GKL, 강원랜드는 모두 자체적으로 비상경영조치를 가동하며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사기업인 파라다이스가 가장 적극적이다. 인천 영종도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구조조정에 돌입, 지난 9월 일부 임직원에 대한 희망퇴직 완료했고 △유·무급휴직 △주 3~4회 근무제 도입 △원더박스 등 주요시설 휴장 등을 통해 지난해 3분기 220억원에 달했던 전체 판관비를 130억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극한의 다이어트도 큰 효과로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카지노를 비롯한 관광산업 자체가 워낙 외생변수에 영향을 크게 받는 영역이다보니, 코로나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고꾸라진 업황을 되돌릴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공기업인 GKL과 강원랜드는 제대로 된 대응책이 다소 부족하단 지적을 받고 있다. GKL의 경우 경찰 출신으로 카지노·관광 관련 경험이 없는 유태열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피어 오르는 상황이다. 강원랜드 역시 문태곤 사장이 오는 1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어 위기 상황에서 경영공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다.
강원랜드 카지노 일반영업장. /사진=강원랜드강원랜드 카지노 일반영업장. /사진=강원랜드
당초 연말이면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봤던 코로나 사태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며 구조조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사행산업에 속한 공기업인 한국마사회도 지난 7월 임원회의에서 인원 10% 이상 감축 등의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 9월부터는 부분 무급휴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카지노산업이 붕괴는 전체 여행시장 고사까지 촉진할 수 있다. 정부 관광정책의 돈줄인 관광진흥개발기금의 20% 이상이 카지노업체 매출에서 걷는 카지노 납부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병훈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연간 2500억원 규모였던 납부금이 2021년부터는 1500억원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지노 적자로 기금규모가 위축되면 정부 지원으로 버티는 여행기업들의 줄도산까지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방역모범 지역/국가간 입국금지 해제, 자가격리 면제 등 여행규제 완화) 등의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끊어진 여행길이 복구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일본이나 중국 등 주요 고객층을 구성하는 지역들과의 여행교류가 재개되지 않는 한 카지노 위기도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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