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보다 무서운 재개발…조현병 철거민 도운 '발걸음'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11.11 04:40
글자크기

[복지 견인차, 서울시 '찾동']下 장애인·저소득층 등 위한 버팀목…마을을 누빈 우동주 사례 살펴보니

서울 강동구 고덕동 거주 형제가 우리동네주무관의 의뢰로 장애인 단체로부터 홈클리닝을 받고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형제의 집에서 나온 폐기물 수거 현장. /사진제공=서울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거주 형제가 우리동네주무관의 의뢰로 장애인 단체로부터 홈클리닝을 받고 폐기물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형제의 집에서 나온 폐기물 수거 현장. /사진제공=서울시




#60대인 형은 당뇨를 앓고 50대인 동생은 뇌 병변과 심한 언어장애가 있다. 형제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반지하 방에서 세들어 산다.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이 곳을 위한 청소 대책을 마련한 것은 고덕1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한 공무원이었다.

9월 동주민센터 소속인 '우리 동네 주무관'(우동주)이 장애인 단체에 홈클리닝을 의뢰해 형제의 집안 구석구석이 말끔하게 정돈될 수 있었다.



#8월엔 성동구 용답동 재개발지역에 살다 강제퇴거 위기를 맞은 50대 주민을 위해 우동주가 주거비 마련 등 지원을 벌였다. 이 주민은 조현병을 앓고 있어 재개발조합과 대화를 나누기 힘들었고 이사도 가지 않으려 했다.

결국 강제퇴거 위기에 놓인 주민을 위해 우동주가 갈등을 원만히 해결토록 중간에서 도왔다. 우동주의 설득 끝에 주민은 기한 내 이사를 가게 됐다. 성동구 나눔네트워크(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주민의 이사를 위한 보증금을 마련해 줬다. 조합도 이사 비용 등을 주민에게 지원했다.



코로나 복지사각 줄이기에 분주
이웃에게 전할 야채와 과일을 소분포장하고 있는 북가좌1동 주민자치회 회원들. /사진제공=서울시이웃에게 전할 야채와 과일을 소분포장하고 있는 북가좌1동 주민자치회 회원들. /사진제공=서울시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올 한해 전국이 떠들썩한 와중에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계층이 있다. 거동이 불편해 간단한 청소조차 하기 어려운 이웃, 저소득층, 수해 피해자 등 다양한 어려움에 놓은 이웃들이다. 마을의 복지 사각을 줄이기 위해 오늘도 우동주는 골목 구석구석을 살핀다.

우동주는 동 주민이 처한 문제를 발굴하기 위해 동네를 누비며 수시로 동네 주민과 만나 소통한다. 복지, 안전, 환경, 홍보, 민원 등과 관련해 동네와 이웃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한다. 서울시가 2015년 전국 최초로 선보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 사업 일환으로 시작된 우동주 정책으로 마을도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올해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방역 활동과 복지 사각 줄이기를 함께 하고 있다.


서대문구 북가좌1동에선 우동주들이 한가위를 맞아 저소득 중장년 1인 가구 50가구에 햇반, 통조림, 라면, 김 등을 지원했다. 마스크를 잃어버리기 쉬운 아동 500명을 위한 마스크 목걸이도 지원했다. 불고기 데이엔 어려운 이웃이 불고기와 쌈을 같이 먹도록 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북가좌1동 우동주는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주민자치회,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한 소소한 활동들을 주민이 정말 고마워 하시고 감사해 하셨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우동주로서 보람을 느끼고 더욱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고 말했다.



중랑구 망우본동 우동주는 장마와 집중호우로 벽쪽에 곰팡이가 생긴 저소득층을 위한 도배에 나섰다.

칠순과 팔순을 맞은 저소득 홀몸 어르신 가구를 위해선 생신잔치도 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계층에게 정서적으로 힘이 되어 준 것.

종로구 돈화문로에서 빈 가게의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졌을 때 해결에 나선 것도 우동주였다. 종로 1, 2, 3, 4가동 주민센터의 우동주가 사고 현장의 출입을 막는 임시조치를 하고 호우, 강풍 피해가 없는지 순찰도 벌였다.
종로5,6가동 방역 현장. /사진제공=서울시종로5,6가동 방역 현장. /사진제공=서울시
종로 5,6가동 우동주는 감염증 예방을 위한 방역 활동을 벌였다. 효제동 및 종로6가 동 일대에서 마을 행정팀장과 담당 주무관이 주민센터, 카페, 의류 사업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업이다.



우동주는 '행려자'(일정한 거처 없이 떠도는 사람)까지 돕는다. 8월엔 강동구 길동의 우동주가 장기간의 노숙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50대 중장년을 위해 기초생활수급 신청, 정신건강 지원센터 진료비 지원 등에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어떠한 위기상황에 닥치더라도 찾아가서 동네와 주민을 살피는 우동주 본연의 업무가 지속·발전될 수 있도록 지원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재개발…조현병 철거민 도운 '발걸음'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