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효과 백신, 투자전략 바꿀때"…팬데믹 피해주 뭐 있나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11.10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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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AFP=뉴스1) = 9일 뉴욕 화이자 월드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AFP=뉴스1) = 9일 뉴욕 화이자 월드 본사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희망컨대 코로나19(COVID-19)와의 전쟁이 끝나기 시작하는 신호다. 이제 기술주 등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수혜주가 아니라 팬데믹으로 피해를 봤던 종목들로 눈길을 돌려야 할 때다."

9일(현지시간) 미국 대형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예방율 90%의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에 블리클리자문그룹의 피터 북바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포스트 팬데믹'을 염두에 둔 투자 전략의 전환을 당부했다.



QMA의 에드 키온 수석전략가도 "투자자 입장에서 오늘 백신 관련 소식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마침내 가치주와 소형주로의 순환매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백신이 당국의 승인을 받고 대규모 생산과 저온 유통을 거쳐 일반인에게 보급되기까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3대 항공주 15% 이상 급등
이날 뉴욕증시에선 '백신 랠리' 속에 여행주가 폭등하고, 이른바 팬데믹 수혜주들은 급락하는 장세가 연출됐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34.57포인트(2.95%) 뛴 2만9157.97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5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날 한때 다우지수는 5.7% 이상 폭등한 2만9933.83까지 치솟으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도 41.06포인트(1.17%) 상승한 3550.50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팬데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여행주들이 이날 랠리를 이끌었다. 크루즈주 카니발이 무려 39%나 폭등한 게 대표적이다. 아메리칸·유나이티드·델타 항공 등 미국 3대 항공주는 일제히 15% 이상 뛰었다. 월트디즈니도 11% 넘게 올랐다. JP모간체이스가 13% 이상 급등하는 등 은행주들도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1.45포인트(1.53%) 내린 1만1713.78에 마감했다. 특히 팬데믹 수혜주들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은 5% 떨어졌고 넷플릭스는 8% 넘게 추락했다.

마스크 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마스크 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화이자 "코로나 백신 90% 이상 예방 효과"
이날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3상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NIAID(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백신의 유효성이 50∼60%만 돼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90%는 이를 훌쩍 넘어서는 기대 밖 성과다.

화이자는 "총 2차례 투여분 가운데 2번째에서 7일 이후, 1번째에서 28일 이후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예비적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오늘은 과학과 인류를 위한 위대한 날"이라며 "3상 임상시험의 초기 결과는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우리 백신의 능력에 대한 초기 입증자료가 된다"고 밝혔다.

우구르 사힌 바이오엔테크 CEO도 "당초 백신 유효성이 60~7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90% 이상 효과가 나타난 것은 대단히 놀랍다"면서 "이 결과는 우리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화이자는 현재 2개월 간의 안정성 데이터도 확보 중이다. 이달말 나올 이 데이터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될 경우 이달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 신청을 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연말까지 1500만~2000만명 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화이자 주가는 이날 7.7% 급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방송인 짐 크레이머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리는 코로나19를 멈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느꼈지만, 갑자기 우리에게 코로나19 종식의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며 마스크 착용을 당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 주 윌밍턴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은 여전히 매우 어두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고 백신은 수개월 동안 널리 보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대중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과학에 의해 승인 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며 "우리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가 대응을 위한 청사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부탁하건대 마스크를 써야 한다. 당신과 당신의 이웃을 위해서"라며 "마스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수천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내가 취임하게 되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90% 효과 백신, 투자전략 바꿀때"…팬데믹 피해주 뭐 있나
국제유가 8% 급등…금값은 5% 뚝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로 국제유가도 급등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3.15달러(8.5%) 뛴 40.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내년 1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11시26분 현재 2.57달러(6.5%) 오른 42.02달러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모처럼 강세로 돌아섰다. 오후 5시28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62% 오른 92.81을 기록 중이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값은 떨어졌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89.40달러(4.6%) 내린 1862.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개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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