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도체 생산에 미국인 투입"…삼성 美 파운드리 영토 더 넓힌다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11.09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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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AFPBBNews=뉴스1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AFPBBNews=뉴스1


"반도체 등 각종 중요한 제품을 만드는데 미국인을 투입하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홈페이지에 밝힌 미국 제조업 부흥 계획의 일부다. 바이든 당선인은 '메이드 인 얼 오브 아메리카(MADE IN ALL OF AMERICA)'라는 경제 슬로건 아래 미국의 공장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만든 첨단 제품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하는 정책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삼성전자 美 파운드리 46개 직군 대대적 채용…증설 '신호탄'?
이런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77,600원 ▼2,000 -2.51%) 파운드리 생산라인의 증설 여부에도 관련 업계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아이폰·아이패드용 반도체 칩을 주로 생산하는 SAS(삼성오스틴세미컨덕터)가 최근 대규모 채용에 돌입하며 현지 공장 증설을 염두에 둔 채용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AS는 지난달부터 총 46개 직군에 걸쳐 대대적인 인력 확보에 나섰다. 생산직은 물론 석·박사 R&D(연구·개발), 환경·재무에 이르기까지, 한꺼번에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 분야의 모집공고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지난 1996년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출범한 SAS는 2012년 8월 파운드리로 전환했는데 그동안 삼성전자의 현지 투자 금액만 170억 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 특히 2번의 증설(2007년 6월, 2017년 8월) 과정에서 대규모 채용이 이뤄진 것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공장 확장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인력 충원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정책인 '바이든노믹스'(Bidenomics)를 살펴보면 '미국 우선주의'와 '대(對) 중국 압박'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와 정책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SAS 증설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바이든 당선인이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한국에 고강도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을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초기 미국 중심의 첨단 산업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 역시 어떤 식으로든 협력할 수밖에 없고, 이는 SAS 증설 투자 요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美서 2024년 양산하는 TSMC…고려할 변수 많은 삼성
지난달 삼성전자는 미국 HPC(고성능컴퓨팅), AI(인공지능), 5G(5세대 통신), IoT(사물인터넷),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등의 주요 IT 기업을 대상으로 '파운드리 포럼'을 열었다. 올 상반기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약 13조4000억원) 투입해 5㎚(나노미터) 공장을 세운다고 발표한 것을 의식했는지 EUV(극자외선) 등 어느 때보다 혁신 기술 소개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TSMC가 2024년 미국에서도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 현지 대형 고객사와 접근성은 한결 좋아진다. 2030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1위'를 목표로 한 삼성전자는 SAS 증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생산라인 증설을 목표로 인근에 부지도 확보한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 관계를 비롯해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반도체 업황 전망, 증설 규모, 현지 수요, 기술 유출 우려, 자금 상황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육성하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국 공장 증설은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국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미국 내 투자를 단행하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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