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화학-금융기관 공동 2차전지산업 육성 산업·금융 협력 프로그램 협약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9.12.09. [email protected]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이후 9개월여 만에 LG화학 주가는 두 배 넘게 뛰었고, 시가총액은 26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코스피 시총 10위인 LG생활건강(23조8334억원)보다 더 많은 규모다. 시가총액 순위는 3계단이나 뛰었다.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급등하며 배터리를 조달하는 LG화학도 덩달아 주목을 받은 덕분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테슬라 붐이 LG화학 주가를 충전했다(Supercharge)'고 표현했을 정도다. '한국판 뉴딜'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시동을 건 친환경 정책도 한몫했다.
때마침 지난해 4위에 불과했던 LG화학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올해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가장 핫한 테마의 글로벌 1위 업체,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던 이유다.
시총 25조 늘어난 LG화학…물적분할·배터리 전쟁에 '시름'
지난 9월 물적분할 및 신설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었고, 주가 급락을 겪었다. 임시 주주총회를 불과 사흘 앞두고 주요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까지 '분할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안건은 82.3%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됐다.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전쟁도 현재 진행형이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에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에 제소했는데, ITC 측이 최종 판결을 두 차례 미루면서 결론은 다음 달에야 나올 예정이다.
최근 주가 급등과 물적분할 논란에도 증권가 리포트는 여전히 '살 만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증권가 목표주가는 80만~90만원선에서 100만원까지 넘나들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배터리 제조사 여럿 중 LG화학을 사야 할까. 지금 사도 괜찮은 걸까.
2차전지가 갑자기 '대세'된 이유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 머니투데이가 주관하는 '2020 그린뉴딜 엑스포'에서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정부·지자체에서 그린뉴딜 정책을 이끄는 정책 리더들이 총출동하는 '2020 그린뉴딜 엑스포'는 친환경 에너지전환 정책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렇듯 일상생활에 익숙한 2차전지가 새삼 주목받은 이유는 전기차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에 따른 내연기관차 규제가 강화되면서다. BNEF(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약 2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대 후반이 되면 전기차의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내연기관차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2차전지도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153억달러(약 17조원)에서 오는 2025년 1173억달러(132조원)로, 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이 '2차전지 대장주'인 이유
SNE 리서치에 따르면 양극재는 제품 원가의 22.2%로, 음극재(5.8%), 분리막(11.2%), 전해질(6.4%) 등 타 구성요소에 비해 배터리 원가 비중이 높다. LG화학은 이러한 소재 내재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에 용이하다. LG화학은 현재 20% 수준인 양극재 내재화율을 향후 35~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사진=LG화학 유튜브 갈무리
이는 경쟁사들이 주로 하는 '와인딩' 방식보다 효율적이다. 와인딩 방식은 하나의 거대한 셀을 둥글게 말아 배터리 형태로 만드는 제조법으로, 낭비되는 공간이 많아 에너지 밀도가 낮고 장시간 충·방전하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를 수 있다. 그러나 '라미네이션&스태킹' 방식은 셀을 켜켜이 쌓는 만큼 에너지 밀도가 훨씬 높다.
25년 전 시작된 故구본무 회장의 꿈…시장 선점의 발판
특히 2000년 미국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연구 전담 법인을 설립한 것이 결정적이다. 안정성과 성능, 양산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어려웠지만 LG화학은 연구 인력을 1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하며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LG화학은 매년 매출액의 3~4%를 R&D(연구·개발)에 투자해왔는데, 지난해에만 1조원이 넘는 연구개발비를 집행했다. 이 가운데 배터리 분야 투자금액만 30% 이상이다.
결국 2010년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 GM이 양산한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Volt)'의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LG화학이 최종 선정되면서 현재 위상으로 성장하는 디딤판이 됐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이다. 이는 그만큼 관련 분야에 오랜 경험을 쌓아온 LG화학이 우위를 점하기 쉽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2015년 이후 100여개 중국 배터리 업체가 시장에 진출했지만, 지난해 기준 글로벌 상위 4개 업체(파나소닉, LG화학, 삼성SDI, CATL)의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75%에 달한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배터리의 제조 공정은 성능 개선을 위해 양극재 등 폭발성 있는 화학 소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양산 능력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화학 기술과 양산 능력은 아날로그적 특성이 있어 단기간 내에 따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물적분할' 논란…찬성 측 입장은?
사업에 대한 주주의 지분율 유지가 가능한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신설회사가 IPO(기업공개) 과정에서 신주를 대거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이를 두고선 전문가들의 견해도 갈린다.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는 호재라는 의견과 기존 주주들에겐 불리하다는 의견으로 나눠진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며 "LG화학보다 CAPA(생산능력)가 작은 중국 CATL의 시가총액은 78조원인 반면, LG화학 전지 사업부 가치는 38조원 내외로 추산된다"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CATL과 동일한 밸류에이션 배수를 적용하면 전지 사업 가치는 59조원"이라며 "IPO를 추진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을 통한 미래 성장 투자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물적분할 논란…반대 측 입장은?그러나 '모회사 디스카운트' 때문에 주주에게는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란 증권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있어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이다. 자회사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모회사에 투자할 매력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가운데 LG화학 물적분할 안에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밝힌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5년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단 한 개의 자회사만 상장한 국내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 상장 후 12개월 간 39곳(분석 가능 기업 기준) 가운데 24곳(61.5%)이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는 청약이나 장내매수할 때 기회가 얼마나 주어질지 알 수 없고, 지배권을 동일한 비율로 가져갈지가 불확실하다"며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주 달래기' 나선 LG화학…증권가 "최소 1년은 안심해도"
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증권업계에서는 신설법인의 IPO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지는 만큼 최소 1년간은 투자 매력이 높다고 판단한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IPO를 당장 추진한다 하더라도 최소 1년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기도 미정으로 단기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을 통해 외부 투자 유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원 연구원은 "물적분할을 통해 글로벌 FI(재무적투자자) 유치 및 글로벌 자동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과의 JV(조인트벤처) 설립 가능성이 커진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