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넘게 전기차 보조금 줬는데 '1800억' 남았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11.0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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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한국판뉴딜 7번째 현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이동수단, 깨끗하고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를 마친 후 현대차와 LG전자가 협업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살펴보고 있다. 2020.10.30/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한국판뉴딜 7번째 현장으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이동수단, 깨끗하고 안전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미래차 전략 토크쇼를 마친 후 현대차와 LG전자가 협업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살펴보고 있다. 2020.10.30/뉴스1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대당 1000만원 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전기차 판매가 부진해 정부의 국고 구매보조금 예산이 남아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내년 전기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구매를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다 보조금 절반을 부담해야 할 지자체 재정이 코로나19(COVID-19)로 바닥났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예산 집행률 80.2%…작년엔 98.7%
8일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 재정'에 따르면 올해 환경부가 편성한 '전기차보급 및 충전소 구축사업' 예산 9107억원 가운데 지난 5일까지 투입된 금액은 7307억원이다. 집행률은 80.2%로 같은 날 기준 2018년 97.1%, 2019년 98.7%를 크게 밑돈다.

전기차보급 및 충전소 구축사업은 대부분 전기차 구매보조금에 투입된다. 전기차 한대 당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짝을 지어 지급하는 구매보조금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올해 전기승용차의 경우 국고 보조금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최대 820만원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전기차(HP), 코나 기본형, 기아차의 니로 EV를 사면 820만원까지 지원 받는다. 테슬라 모델3 시리즈는 국고 보조금이 760만~800만원이다. 여기다 지자체 보조금이 매칭으로 더해지면서 대당 1000만원이 넘는 지원이 이뤄진다.

1000만원 넘게 전기차 보조금 줬는데 '1800억' 남았다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전남 진도군이 960만원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파격적이다. 국고 보조금까지 더하면 전남 진도군 군민은 코나 또는 니로 EV를 시중 가격보다 17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로 450만원이다.


현대차 신차 출시 소식에…구매 미루는 차주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집행률이 예년보다 떨어지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신차 기대효과로 내년 새로운 전기차가 나오는 마당에 굳이 기존 모델을 살 필요가 없다는 소비 심리가 반영됐다. 현대차는 내년을 전기차 대중화 시대 원년으로 정하고 자체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활용해 아이오닉5, 제네시스 JW·eG80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고 보조금에 더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매칭해 부담해야 할 지자체 재정이 여유롭지 못한 점도 집행 속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올해 지자체 가운데 구매보조금 예산을 코로나19 대응에 끌어 쓴 곳은 제주, 대구를 비롯해 상당수다.

예산 전용을 통해 예산이 바닥 난 이들 지자체에선 전기차 국고 보조금을 쓸 기회가 막혀버렸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려 해도 지자체 지원금이 떨어져 지원이 나오지 않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

1000만원 넘게 전기차 보조금 줬는데 '1800억' 남았다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집행률이 저조하자 소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시장 상황이 전기차 보급을 골자로 한 그린뉴딜에 역행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점을 우려해서다.

정부는 서울시 등 예산에 여유가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기차 국고 보조금 예산 소진을 위해 전기버스나 전기화물차 등에 대한 구매를 독려하고 나섰다.

국고, 지방비를 더한 전기버스 구매보조금은 중형 6000만~1억2000만원, 대형 1억6700만~3억3400만원에 달한다. 또 현대차는 아이오닉 등 전기차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대해 최대 10%의 할인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신모델이 나오지 않고 코나 화재로 전기차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기승용차 구매보조금 물량을 전기버스나 전기화물차로 전환하는 중"이라며 "전체 구매보조금 지원 차량은 줄더라도 버스를 많이 교체하면 미세먼지,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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