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골' 깊어진 마크로젠vs소액주주들…표대결 가나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11.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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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소액주주 임시주총 소집 허가…"임시주총 계획 검토 중"

'감정의 골' 깊어진 마크로젠vs소액주주들…표대결 가나


바이오 업체 마크로젠 (20,050원 ▲160 +0.80%)이 소액주주들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소액주주들은 주가부진 등을 이유로 임시 주주총회를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최근 법원이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임시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임시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2일 마크로젠 소액주주 142명이 신청한 주총 소집허가를 받아들였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마크로젠의 주가하락,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등에 대해 경영진에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9월말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했다.



주총 소집허가 신청을 주도한 한 소액주주는 "마크로젠의 주가가 다른 유전체 기업들에 비해 낮은데다가, 마크로젠이 주주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며 "법원 허가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임시주총 일정도 잡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액주주 측에 따르면 마크로젠은 지난 3월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이후 주가가 다른 유전체 업체에 비해 지지부진했고, 일부 소액주주들은 회사 경영진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마크로젠은 차일피일 만남을 미뤘고, 소액주주들은 7월과 8월 말 두 차례에 걸쳐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 정관개정 등을 목적으로 한 임시주총 소집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회사에 발송했다.



결국 회사 측은 지난 9월1일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현장에서 한 소액주주가 마크로젠이 서정선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공우의료재단(옛 보은의료재단)에 기부를 하면서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적자가 났다고 주장했다. 서 회장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져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졋다.

소액주주 측은 "서 회장이 하반기에 영업이익 흑자가 나오면 주주를 고소해도 되냐고 맞받아쳤고,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실적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기부를 한 점에 대해 주주가 지적할 수 있는데 화를 내니 주주들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마크로젠 측은 "기업설명회를 통해 주주들과 소통하려 했으나 그 과정에서 다소 분위기가 격앙될 때도 있었다"며 "마크로젠은 공우의료재단의 진헬스 건강검진센터를 통해 유전체진단 사업을 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90억원을 출연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마크로젠이 개발한 유방암·난소암 체외진단제품이 지난 9월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는데 실패하면서 회사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소액주주 측은 "마크로젠 측에서 임시주총을 열 생각이 없다면 소액주주들끼리라도 임시주총을 진행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회사 측에서 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서 전날 마크로젠 본사에 찾아가 회장과 대표이사를 만나려 했지만 결국 만남도 대답도 듣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소액주주들과 서 회장의 지분율이 비슷한 만큼 임시주총이 열려도 결과는 가늠하기 힘들다. 마크로젠 최대주주인 서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다 합치면 10.11%다. 주총 소집을 요청한 소액주주 측 지분율은 6.44%로, 위임장 대결이 벌어지면 결과를 알 수 없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난 지 얼마되지 않아 내부에서 임시주총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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