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불확실성, 개미들 인버스에 5000억 '몰빵'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0.11.08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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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주간 개인 투자자 3.3조 순매도... "과열 분위기 식어 변동성 확대 우려, 관망 후 저가매수"

미국 불확실성, 개미들 인버스에 5000억 '몰빵'


국내 주식시장이 미국 대선을 전후로 폭풍 같은 한 주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결국 바이든 후보의 당선으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코스피는 닷새 연속 상승하면서 지난달 13일 이후 처음으로 2400선을 돌파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3조원이 넘게 순매도하는 동시에 바이든 수혜주 찾기에도 나섰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총 3조3397억원을 순매도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일 1086억원 △3일 6472억원 △4일 1661억원 △5일 1조6128억원 △6일 7960억원 등이었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승기를 잡은 5일 이후 코스피가 급등하며 2400선에 다다르자 개인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매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루에 1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올 7월28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1,988원 ▼12 -0.60%)를 4721억원으로 가장 많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KODEX 인버스 (4,090원 ▼10 -0.24%) 역시 613억원으로 3위에 올랐다.

코스피가 다시 한번 2400선에 다다르면서 그만큼 지수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올 8월 이후 코스피는 여러 차례 2400선을 돌파했지만 전고점인 2458.17(8월 13일)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개인투자자들이 순매도한 종목에는 LG화학 (439,000원 ▼1,000 -0.23%), 삼성전자 (82,400원 ▲1,600 +1.98%), 삼성SDI (471,000원 ▼6,500 -1.36%), SK하이닉스 (183,000원 ▲4,800 +2.69%) 등 시가총액 상위주들이 대거 포진했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빠르게 오르자 본격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었다.

[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함께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윌밍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더 퀸 극장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가 함께한 가운데 연설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을 전망한 이들은 이른바 '바이든 수혜주'인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주에 적극 투자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후보는 4년간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2조달러(약 227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실제로 태양광 관련주인 한화솔루션 (28,350원 ▲700 +2.53%)은 개인 순매수 금액 668억원을 기록하며 다른 대형주들을 제치고 개별 종목 기준 1위에 올랐다. 시가총액 200위권 밖인 신성이엔지 (2,470원 ▲255 +11.51%)도 순매수 10위에 올랐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록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해 정책 강도는 약화될 수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방향성 자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취임 첫날 파리 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원에 가까운 순매수(1조9841억원)를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바이든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자 본격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올해 들어 투자금액이 부쩍 늘었던 개인의 뒤를 이어 외국인이 다시 주식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한동안 개인에 밀려 관심 밖이었던 외국인 수급에 관심을 높여야 할 때"라며 "위안화 강세 시기에는 항상 신흥국과 한국 ETF로 대규모 자금 유입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가 호재를 적극 반영해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냉정한 시선으로 접근할 것을 권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 해소가 가져온 주식시장의 과열 분위기가 식고 난 뒤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재료가 여전히 남아있다"며 "현 시점에서 추격 매수하기보다 단기적으로 관망한 뒤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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