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26일 오후 '인보사 사태'를 일으킨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2017년 1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지 1년 9개월 만이다.이날 서울 강서구 마곡동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전날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하고 코오롱티슈진 (13,670원 0.00%)에 대한 상장폐지를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상장 폐지 결정의 원인이 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세계 최초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다.
이어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해 8월 코오롱티슈진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같은 해 10월 2심 격인 코스닥시장위원회가 개선 기간 12개월을 부여하면서 위기를 모면했으나, 전날 1년여 만에 상폐 여부를 재심의한 거래소가 상장 폐지를 결정하며 쐐기를 박게 됐다.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거래소는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15거래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다시 한 번 열고 상장폐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미공개 정보 주식거래' 혐의를 받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1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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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티슈진뿐만 아니다. 한때는 코스닥시장의 간판이나 다름없던 바이오 유망주들은 암울한 현실에 처해있다. 2016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항암 간암 치료제 개발업체 신라젠 (2,775원 ▲55 +2.02%)이 대표적이다.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신약 '펙사벡' 개발로 신라젠은 2017년 말 시총 10조원을 넘기며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임상 중단을 권고받으며 주가는 급락했고, 임직원이 지분을 대량매도한 사실이 문제가 돼 상장폐지여부를 결정할 기업심사위 재개를 앞둔 상황이다.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를 개발해온 헬릭스미스 (3,355원 ▼80 -2.33%)는 고위험 사모펀드 투자로 인한 원금손실 우려와 연이은 적자로 관리종목에 편입될 위기에 처했다. 관리종목은 영업실적 악화 등 기업 부실로 상장폐지 우려가 있는 종목을 뜻한다. 바이로메드(2019년 헬릭스미스로 사명 변경) 시절부터 꾸준히 코스닥 시총 10위권 안팎을 유지해왔고, 시총 2위까지 오르기도 한 신약개발사다.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최근 임상 3상 결과 도출에 실패한 당뇨병성신경병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엔젠시스(VM202-DPN)’에 관한 향후 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현재 추진 중인 2861억원 규모 유상증자까지 차질을 빚는다면 관리 종목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최근 3년 중 2개년도에서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비율이 50%를 초과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이 회사의 지난해 해당 비율은 54.4%다.
줄기세포 바이오기업으로 2018년 코스닥 시총 6위까지 올랐던 네이처셀은 라정찬 대표의 주가조작 혐의로 주가가 급락한 뒤 현 시총은 5000억~6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코스닥 바이오주가 '반짝' 스타에 그치고 쇠락하는 배경으로 '경험치 부족'을 꼽는다. 이들 업체는 오랜 기간 검증 끝에 주목을 받기보다 상장하자마자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원은 "특정 회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투자자, 회사 규제당국 간의 관계에서 오는 경험 미숙이 클 것"이라며 "당국도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 규정에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위험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인다. 헬릭스미스와 신라젠,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 비율은 모두 99%를 넘는다. 이들의 지분 비율도 30~80%대에 달한다. 이 연구원은 "벤처 활성화 등을 위한 기술특례상장 등이 제도화되고 투자금이 모였을 때 투자리스크에 대한 부분도 충분히 고지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특례상장 기업 등은 미래에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는 만큼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며 "투자를 할 때도 이러한 위험을 알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