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높은 과세 부담으로 유명한 북유럽 복지국가 스웨덴의 기업이라면 오히려 상속세를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5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해외의 과세 정책을 분석, 조사한 결과다.
자본이득세는 상속시 과세하지 않고 상속받은 자산을 유상으로 처분할 때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보유기간의 자본이득을 합산해 '양도소득'으로 과세하는 세금이다.
임동원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가 기업승계시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이 부실해진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손톱깎이 시장 세계 1위 업체였던 쓰리세븐은 2008년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을 전량 매각한 뒤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콘돔 생산 1위 업체 유니더스도 상속세 부담으로 2017년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겼다. 밀폐용기 국내 1위 업체 락앤락은 역시 상속세 부담을 고려해 2017년 말 홍콩계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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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에 소득세 인상까지 가중
임 부연구위원은 "소득세를 납부한 세후소득이 상속세 과세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상속세가 높으면 소득세가 낮든지, 소득세가 높으면 상속세가 낮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높은 상속세 최고세율(2위)을 유지하면서 소득세 최고세율(14위)도 올리고 있어 전체적인 세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10억원 초과 구간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현행 42%에서 45%로 인상돼 소득세율 순위도 OECD 국가 중 7위로 높아질 전망이다.
OECD 평균 상속세율 25%…"자본이득과세 전환 검토"
미국에서 상속이 이뤄진다면 7조2747억원(상속세 실효세율 39.9%)만 내면 된다. 독일에서라면 5조4592억원(30.0%), 영국에서라면 3조6399억원(20.0%)을 낸다. 호주나 스웨덴은 상속받은 사람이 주식을 처분할 때 자본이득세로 과세하기 때문에 상속받는 시점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재계에서는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과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해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상속세율을 OECD 평균인 25%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임 부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승계에 한정해 자본이득과세가 도입된다면 기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상속자산을 처분하면 피상속인과 상속인 모두의 자본이득에 과세하기 때문에 조세형평성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