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지지했던 바이든…"전략적 인내? 예단 이르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0.11.05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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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美대선]DJ와 넥타이 교환도…강경화 "남북미 합의, 원점 못돌아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국가기록사진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와 김대중 전 대통령/사진=국가기록사진


미국 대선 승리를 눈앞에 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전략적 인내'로 회귀 여부다.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면서 선(先) 비핵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아무런 협상을 하지않고 상황을 관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라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경우 미국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는 것을 막는 것에 외교력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토니 블링컨 전 국무부 부장관 등 바이든 캠프의 핵심 브레인들과 접촉하며 북핵 협상 모멘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한 '전략적 인내'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정부 내에 우세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5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과거의 전략적 인내로 완전히 회귀할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지난 3년간의 성취, 북한과 우리 정부, 미국 정상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합의와 의지들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포스트 '전략적 인내'를 잘 준비해서 한미 간에 공조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바이든 정부가 기존의 대북 전략을 리뷰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그 여백을 우리 정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미국의 대북 전략이나 남북관계 개선 속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 후보가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햇볕정책'을 호평했던 것도 재조명 받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2001년 방한을 해 DJ를 예방했던 바 있다. 이때 바이든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강력히 지지하며, 북미대화와 함께 남북대화도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는 DJ가 매고 있던 넥타이가 좋다고 했고, DJ는 즉시 "넥타이를 교환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즉석에서 넥타이를 바꿔맸다. DJ의 넥타이에 이물질이 묻어 있었음에도 바이든 후보는 일종의 행운의 상징물로 여기며, 넥타이를 한 번도 세탁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햇볕정책 전도사' DJ를 존중했다는 의미다.

바이든 후보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의원 4명의 방북을 추진했던 적도 있다. 북측의 고사로 무산됐지만, '협상'에 대한 바이든 후보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 3기'가 아닌 '클린턴 행정부 3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회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조건으로 '핵 폐기'라는 말 대신 '핵 능력 축소', '핵 감축'이란 용어를 쓴다"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우리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이라는 기본 틀을 갖고 지금까지 북핵 문제를 다뤄왔다"며 "포괄적인 틀 내에서, 여러가지 말을 풀이한다면, 같이 추진할 수 있는 (비핵화 프로세스)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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