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곳에 4300억 투자' 스타트업 쇼핑하는 GS홈쇼핑, 왜?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0.11.0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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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여곳에 4300억 투자' 스타트업 쇼핑하는 GS홈쇼핑, 왜?


'GS홈쇼핑이 아니라 아예 GS투자하우스(조직)라고 불려요.'

GS홈쇼핑 (154,900원 ▲3,200 +2.11%)이 벤처·스타트업 투자업계 '큰손'으로 자리잡았다. TV홈쇼핑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2011년부터 지속적으로 벤처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투자업계에서는 풍부한 자금력과 사업적인 시너지(상승효과)를 갖춘 GS홈쇼핑을 최상위 벤처캐피탈(VC) 수준의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GS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GS홈쇼핑은 국내외 벤처·스타트업 800여곳에 투자했다. 누적 직·간접 투자금액(장부금액 기준)은 4300억원에 달한다. 투자 대상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중국, 동남아 지역 등 전세계에 걸쳐 있다.



투자 분야는 기업간거래(B2B)·소비자거래(B2C) 플랫폼, 간편식·신석식품 등 식음료 업종부터 명품·디자인 소품 같은 소비재,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산업까지 광범위하다. 홈쇼핑 기업이 아니라 전문 투자조직 같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개성있는 문구·소품 등을 판매하는 쇼핑몰 '텐바이텐'은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GS홈쇼핑은 2013년 텐바이텐 지분 79.99%를 160억원에 인수,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 외에도 매장 포인트 적립서비스 도도포인트를 운영하는 '스포카'(지분 12.62%), 홈쇼핑 모바일 플랫폼 '버즈니'(15.11%), 중고거래 플랫폼 '헬로마켓'(11.66%), 다이어트 용품몰 및 콘텐츠 기업 '다노'(10.50%), 반려동물 용품몰 '펫프렌즈'(18.22%), 패션 전문 플랫폼 '스타일쉐어'(7.41%), 간편조리식(밀키트) '프레시지'(6.88%), 온라인 수산몰 커머스 '얌테이블'(12.51%) 등이 있다.



프레시지와 얌테이블은 기존 홈쇼핑 영역과 사업적인 시너지 사례다. GS홈쇼핑과 프레시지는 ‘바다향 가득 통꼬막장’. ‘한입쏙 양념갈비’, ‘사천 마라탕·마라샹궈’ 등 협업 상품을 TV홈쇼핑에 출시해 판매 중이다. 꼬막장은 2개월 만에 70만통이 팔렸다. 얌테이블의 '통 가리비장'은 상품기획 단계부터 품질·공장설비 가이드를 제시해 출시한 제품이다.

한 국내 초기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스타트업 대표들 사이에서는 GS홈쇼핑에서 투자 제안을 받았다고 하면 'GS홈쇼핑 인증 마크'가 붙었다고 입소문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벤처 투자·M&A 총괄 '미래사업본부'

GS홈쇼핑의 벤처·스타트업 투자는 미래사업본부가 담당하고 있다. 미래사업본부 산하에는 벤처투자팀, 인수합병(M&A)팀, 전문가지원집단인 'CoE'(Center of Excellency)팀을 한데 모은 '이노베이션플랫폼사업부'를 만들어 벤처·스타트업 투자와 사업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해당 본부를 이끌고 있는 박영훈 GS홈쇼핑 미래사업본부장은 지난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조직 내에서도 힘이 실리고 있다.

GS홈쇼핑이 적극적으로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배경은 기존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생기면서부터다. 기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과 외부 수혈을 통해 빠른 체질 개선을 이루려는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홈쇼핑 시장은 지난 4~5년간 전통적인 TV채널에서 주도권이 모바일쇼핑 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했다.


초기에는 사업적인 연관성이 높은 업종의 벤처·스타트업에 집중하다가 현재는 사실상 분야에 제한없이 투자 영역을 확대했다. 투자 방식도 벤처펀드 출자 등 간접 투자 중심으로 했다가 최근엔 직접 투자, M&A까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간접 투자는 알토스벤처스나 스톤브리지파트너스 등 VC들이 조성한 벤처펀드에 주요 출자자(LP)로 참여 중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실리콘밸리의 500스타트업, 앤드리슨호로비츠, 중국 시노이베션벤처스, 동남아 고비파트너스 등까지 글로벌 VC들이 운용하는 벤처펀드에도 출자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단순한 투자 대상으로 보고 수익을 추구하기보다 GS홈쇼핑이 가진 자금력과 사업적 역량을 이전하고, 실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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