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태원 상가 3곳 중 1곳 '텅텅'…"손님 많이 와도 걱정"

머니투데이 이정현 기자 2020.11.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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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소상공인의 날'…72% "폐업상태이거나 폐업 고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소상공인의 날인 11월5일. 예년같았으면 다양한 지역 축제 및 행사로 즐거웠을 날이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순연됐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엄격한 방역지침 준수 하에 조용히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단순히 상권이 살아나기만을 바랄 순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매출 하락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동, 이태원 등 주요 상권 공실률이 30%에 달한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소상공인복지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관련법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폐업 고려하는 소상공인 72%...정부 대책 내놔야
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4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 따르면 연합회 실태조사 결과 전체 소상공인 중 97%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매출 하락을 호소했다. 운영하는 사업장에 대해 '폐업상태이거나 폐업을 고려할 것'이라는 응답을 한 비율은 전체의 72%였다.

지난달 2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사업자 수 기준 대한민국 사업자의 93.3%인 620여만명이 소상공인이다. 종사자 역시 896만여명에 달한다. 연합회는 대한민국 경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정부가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구체적으로 최승재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상공인복지법을 이른 시일 내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상공인복지법은 소상공인들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코로나19처럼 특별재난으로 영업에 피해를 입은 경우 정부가 사회보험료와 생계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밖에도 연합회는 최소보장임대료 확산을 차단하고 환산보증금 폐지와 임대료 감액청구권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핼러윈 데이인 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핼러윈 데이인 31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를 찾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울상짓는 상인들, "상권 살아나도 문제"
소상공인들은 상권이 살아나길 바라면서도 단순히 손님이 많이 오기만을 바랄 순 없는 아이러니한 사정이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게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집단감염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집단감염이 발생해 영업을 정지당하면 장사가 잘 안되느니만 못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원의 한 소상공인은 "핼러윈데이 때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 놀랐지만 한편으로는 이러다 코로나19가 우리 가게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내심 불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핼러윈데이 때를 생각하면 어떻게 마케팅하냐에 따라 상권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손님이 많이 오길 바랄 순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명동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명동에서 10년 넘게 장사해 온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 손님이 90% 이상 줄었다"며 "매출은 반토막인데 임대료는 거의 그대로라 많은 상인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떠났다"고 했다. 그는 "명동은 기본적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관광지였는데 코로나19로 입국이 제한돼있는 이상 상권이 살아나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속으로 폐업 증가...임대료 소폭 하락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전국 평균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2.4%, 소규모 상가는 6.5%다. 전분기 대비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0.3%p, 소규모 상가는 0.5%p 증가한 수치다.



서울 지역 중대형 상가의 경우 강남대로, 화곡 상권 중심으로 8.5%의 공실률을 보였다. 소규모 상가의 경우 명동 공실률은 28.5%였고 이태원 공실률은 30.3%에 달했다.

한편 상권이 죽고 공실이 늘어나다 보니 임대료도 소폭 하락하는 모습이다. 임대료 변동 추세를 나타내는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모든 유형에서 하락했는데 상가의 경우 중대형이 0.41%, 소규모가 0.41%, 집합건물이 0.27% 하락했다. 특히 서울 지역 중대형 상가의 경우 재계약건은 대체로 기존 임대료가 유지됐으나 공실 신규 계약시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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