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흥재벌의 불운한 삶…이혼→아들 사망→본인은 강도 살해

머니투데이 김현지A 기자 2020.11.04 16:31
글자크기
블라디미르 마루고프/사진=트위터 캡쳐블라디미르 마루고프/사진=트위터 캡쳐


러시아 사업가가 돈을 노린 강도들에게 살해돼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에 횡행했던 부자를 상대로 한 청부살인과 조직범죄가 다시 활개를 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소시지왕'으로 불리던 러시아 가공 육류업계 거물인 블라디미르 마루고프(54)가 지난 2일 살해당했다.



마루고프는 러시아에서 가장 큰 육류 가공공장을 소유한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이다. 그는 러시아 부자들이 모여 사는 모스크바 인근 자택에서 동거녀와 사우나를 즐기던 중 복면을 쓴 강도 2명의 습격을 받았다.

동거녀는 간신히 창문으로 도망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마루고프는 이미 총에 맞아 죽어 있었다. 인근에서 발견된 강도들이 탔던 것으로 보이는 차에는 마스크와 석궁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모스크바에서 석궁을 구매한 사람을 추적해 용의자 한 명을 체포하고 이 용의자의 아파트를 수색했다. 여기서 반전이 일어났다. 그 아파트에 한 남자가 침대에 묶여 다른 남자의 감시를 받고 있었던 것.

묶여 있던 남자는 자신이 강제로 붙잡혀 있었으며 아파트를 넘기는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협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남자를 감시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체포됐는데 놀랍게도 그는 1990년데 러시아 마피아의 청부살인자로 악명 높았던 알렉산더 솔로닉을 대변하던 변호사 알렉세이 자브고로드니였다.


솔로닉은 양손으로 총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수십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감옥에서도 3번이나 탈옥에 성공했으나 또 다른 청부살인자 알렉산더 푸스토바로프에게 살해됐다.

러시아 경찰은 이번 사건이 모스크바 시민들을 대상으로 아파트를 갈취해 빼앗는 조직범죄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마루고프의 불행한 삶도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2018년 시인이었던 아내 타타냐 마루고바와 떠들썩한 이혼으로 신문을 장식했고 지난해에는 아들을 오토바이 사고로 잃었으며 올해는 자신이 강도에게 살해됐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