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 25년만에 첫 데이터센터 설립…"韓기업 핵심 데이터, 한국에"(상보)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조성훈 기자 2020.11.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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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열 SAP코리아 대표가 4일 오전 열린 SAP 하나(HANA) 출시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SAP코리아이성열 SAP코리아 대표가 4일 오전 열린 SAP 하나(HANA) 출시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SAP코리아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가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 한국시장 진출 25년 만이다. 이를 전초기지로 삼아 국내 기업고객의 클라우드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성열 SAP코리아 대표는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상반기 한국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자사 비즈니스테크놀로지플랫폼(BTP)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AP가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것은 1995년 한국진출 이후 처음으로, 전세계 42번째 데이터센터다. 이날 간담회는 SAP의 인메모리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제품 ‘SAP HANA’ 발표 10주년을 맞아 진행됐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연구진들의 기술력으로 개발한 SAP HANA가 출시된 지 10년을 맞아 감회가 새롭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객들이 인텔리전트 엔터프라이즈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韓 데이터센터 투자…아시아 전략거점 활용
SAP가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결정한 데는 본사 차원에서 한국을 아시아의 주요 전략 거점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 기술 제조사들의 경우 외부 정보 유출을 우려해 핵심 데이터를 자국에 저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적지않다”며 “이러한 수요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AP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계기로 SAP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 인프라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가 뒷받침되면 기업들이 해외 이전을 꺼리는 민감한 데이터까지 활용 폭을 넓힐 수 있고, 그만큼 기업용 솔루션 최적화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

이성열 대표는 “SAP는 이제 전사적자원관리(ERP) 회사가 아니라 클라우드 회사로 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 데이터센터와 BTP를 통해 그동안 기업 기밀을 저장하기 위해 온프레미스(기업내 데이터센터에 직접 솔루션 구축) 형태로 SAP의 솔루션을 구입했던 기업들을 상대로 클라우드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AP의 한국 데이터센터는 내년부터 가동되며 2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내년 상반기까지 데이터센터를 통해 △SAP 클라우드 플랫폼 △SAP 분석 클라우드 △SAP HANA 클라우드 솔루션을 국내 기업에 제공하고, 이어 2단계로 SAP BTP까지 자체 데이터센터 기반으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투자 규모와 방식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AWS(아마존웹서비스)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의 핵심은 SAP BTP다. SAP의 데이터베이스와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및 통합, 분석 솔루션, 클라우드 솔루션을 통합한 플랫폼이다. BTP는 마치 애플 앱스토어처럼 외부 개발 협력사들이 SAP 솔루션에 최적화된 기업용 SW를 판매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마켓도 제공한다. 지난 6월 SAP 연례행사 사파이어 나우 컨버지에서 크리스찬 클라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발표했다.

10주년 맞은 HANA처럼 BTP로 SW 패더라임 전환 의지
한편 이날 10주년을 맞은 SAP HANA는 한국인 출신 실리콘밸리 연구진이 개발한 메모리DB 기술을 바탕으로 SAP가 2010년 공개한 인메모리 DBMS다. 당시 오라클 등 일반 DBMS와 달리 신속한 데이터 처리를 강점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전세계 5만3000여 고객사가 SAP HANA를 사용 중이며 국내 5대 그룹중 4곳이 고객사다. SAP는 2025년부터 자사 ERP에 대해 타사 DBMS를 지원하지 않기로 함에따라 다수 SAP 고객사가 HANA로 이전하는 추세다. 이성렬 SAP코리아 대표는 “10년 전 DBMS 시장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왔던 SAP HANA처럼 BTP로 개발 플랫폼과 오픈 마켓을 제공하면서 SW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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