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사모펀드 투자…'제2의 헬릭스미스' 못막는다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11.04 04:20
글자크기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임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아름드리자산운용 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팝펀딩펀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투자자 등은 라임펀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첫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손해액을 100% 배상해야 한다고 금감원의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2020.6.30/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각종 사모펀드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 책임 금융사 강력 징계 및 계약취소(100% 배상) 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라임 펀드,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헬스케어펀드, 아름드리자산운용 펀드, 디스커버리펀드, 팝펀딩펀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투자자 등은 라임펀드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첫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이 손해액을 100% 배상해야 한다고 금감원의 계약취소 결정을 촉구했다. 2020.6.30/뉴스1


라임·옵티머스운용에서 불거진 사모펀드 사태 여파가 운용업계를 넘어 상장 기업들로 번졌다.

최근 상장사 수십곳이 옵티머스운용의 펀드에 투자해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난 데 이어 헬릭스미스는 지난 5년간 사모펀드, 사모사채 등 고위험 투자군에 2600억이 넘게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자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헬릭스미스 공시 이후 주가는 40% 가까이 폭락했다.



이에 현행법상 상장사들의 펀드 투자 내역을 공시하지 않아도 돼 애꿎은 투자자 피해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상장기업의 투자위험요소 공시를 투명하게 할 수 있도록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5년만에 투자내역 공개한 헬릭스미스…시총 3000억 증발

지난달 16일 헬릭스미스는 장마감 후 투자신탁, 파생결합증권(DLS), 전단채랩, 사모펀드, 사모사채 등에 2016년부터 5년간 2643억원을 투자했다고 공시했다.



투자금 중 ‘팝펀딩’ 관련 사모펀드 3곳에 대한 투자금액은 390억원이다. 팝펀딩은 개인간거래(P2P) 대출업체로 올해 환매 지연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모펀드 3곳은 모두 최초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아직 316억원을 상환 받지 못했다. 상환 받은 금액에서도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외에 독일 헤리티지 DLS에 25억원, 아너스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호에도 74억원을 투자했는데 아직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악재성 공시가 나오자 주가는 단숨에 내리막을 걸었다. 공시발표 후 다음 거래일인 19일 하한가(30% 하락)를 찍었고 그 다음날에도 9% 이상 하락하는 등 2거래일만에 시가총액 3000억원이 증발했다.


◇유상증자로 추가 자금조달하자 발목 잡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사진제공=금융감독원
5년 동안 베일 뒤에 가려진 내용이 어떻게 공개된 것일까. 지난 9월17일 헬릭스미스가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게 변수가 됐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사가 자금조달 등의 이유로 공모를 하려면 증권신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증권신고서가 제대로 됐는지 심사한다.

특히 주요항목인 투자위험요소가 중요한데 금감원은 회사측이 처음 제출한 신고서에 해당 부분이 부실하다고 판단, 구체적인 투자내역을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에서 처음 낸 신고서엔 사모펀드 투자비중이 40%를 넘는다 정도로만 돼 있었다”며 “비중이 유난히 높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모펀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지 기재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내용이 들어간 ‘투자위험요소’는 투자자들이 투자판단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재무정보 등을 충실히 기재했는지 심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심사는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 증권신고서 심사를 통해 가능하다.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엔 작성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금감원이 추가자료를 요구하거나 수정지시를 할 수 없다.

◇미리 알순 없는걸까



공시는 투자자들이 투자판단을 내리는 데 핵심지표가 되는 정보다. 적시에 정확한 정보가 공시돼야 투자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도울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장사가 사모펀드 투자내역을 공시할 의무는 없다. 자금운용의 자율성 등을 제약해 경영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손실이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태를 감안하면 펀드투자 후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중요한 재무정보로 간주해 적극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투자 후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면 회사의 투자금이 실질적으로 사라졌다는 것”이라며 “이는 중요한 재무정보로 보는게 바람직하고 손실이 난다면 상장사는 그에 합당한 공시를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입장은 신중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업가치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이라면 당연히 투자자한테 적시에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의미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이를 제도화하면 펀드에 투자할 때마다 공시할지, 분기마다 세세하게 내역을 공개해야될지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사건·사고를 제도적으로 방어하려다 보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어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