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게임을 접목하다…‘게이미피케이션’의 세계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1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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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클린 2020]⑥ 착한 게임

사진=카카오사진=카카오


“일상을 게임처럼...”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라이프엠엠오가 주력하는 ‘프로젝트 R’. 자전거 라이딩에 추격, 던전 등 게임 요소를 넣는 위치기반 게임이다. 일상생활에 게임 요소를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콘텐츠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남궁훈 대표는 정보기술(IT)업계의 소문난 ‘자전거 덕후’ 다. 자택에서 판교까지 30km가 넘는 거리를 자전거로 출근할 때도 있다. 게임 요소를 결합할 경우 걷기, 자전거 등 야외 활동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시작했다.
기능성 게임에서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확장…마케팅·피트니스로 활용
게이미케이션도 ‘착한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기능성 게임에서 확장된 개념이다. 게임이 아닌 분야에 게임 요소를 접목해 게임적 사고와 기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를 높인다. 놀이 요소, 경쟁 요소 등을 제시하고 평가와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가령, 스타벅스가 진행중인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이벤트’를 떠올리면 된다. 음료 몇 잔을 구매하고 별을 모으면 사은품을 보상한다며 참여를 유도하는 식이다. 질문에 답하는 사람에게는 내공을 제공하고, 내공에 따라 등급 체계를 달리 적용한 네이버 ‘지식IN’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피트니스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카카오·나이키의 운동 앱 ‘조이런 마블’이 좋은 예다. 조이런 마블은 GPS(위성항법시스템)를 기반으로 이동거리, 칼로리 소모량 등 기본 기능에 보상요소를 결합했다. 이용자 기록 통계를 내 신기록을 달성할 때마다 축하 메시지나 트로피와 같은 보상을 제공한다. 기업 사내 교육에도 게이미케이션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입사원들의 직무교육에 게임을 접목했다. 현대백화점은 보드게임, 방탈출 게임. 추리 게임 등 신입사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게임형 교육 콘텐츠를 대폭 늘리며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
부정적 인식 개선 역할도…카카오게임즈, 게이미피케이션 신사업 집중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재생 프로젝트에도 게이미피케이션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스마트 시티(ASC; Amsterdam Smart City)’ 사업이 대표적이다. 암스테르담 시민과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진행되는 프로젝트 수가 200개를 넘어서는데 이 중 게이미피케이션을 반영한 사업들도 많다.



가령 주민들이 분리수거시 플라스틱을 배출하면 그 대가로 플라스틱 코인을 주고, 그 코인으로 가맹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코인 보상 시스템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 효과를 거두고 있다. 영국의 글라스고 프로젝트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스마트 시티 프로젝트 등도 게이미피케이션을 스마트시티에 도입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이동로 계단에 적용된 피아노 계단도 게이미피케이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층계을 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재미에 계단 이용률을 끌어올렸다.

이처럼 국내에선 게이미피케이션 관련 프로젝트들이 속속 추진되고 있지만, 대부분 단기 프로젝트에 그친다는 한계도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장기 프로젝트가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스마트시티와 재활용 사업 등 정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데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잖은 효과를 올릴 수 있다”며 “실감형 게임 융합 기술의 경우 기존 게임 규제와는 다른 적극적인 진흥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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