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국내여행, 완도·진도 뜨고 캠핑업체 늘었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1.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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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거리두기·친환경 여행지에 사람 몰려…캠핑인구 증가에 일반 야영장 업체는 증가세

지난 7월 제주시 한림읍 협재 해수욕장에 관광객들이 찾아와 물놀이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지난 7월 제주시 한림읍 협재 해수욕장에 관광객들이 찾아와 물놀이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을 포기한 여행객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찾으면서 국내여행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거리두기가 부각하며 완도와 진도 등 생소했던 여행지가 떴고, 꽉 막힌 하늘길에 여행사가 줄어든 만큼 캠핑장은 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하늘길이 8개월 이상 봉쇄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국내여행이 대세다. 온라인여행사(OTA) 부킹닷컴이 최근 한국인 1000여명을 포함한 전 세계 2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행객 절반(47%)이 '7~12개월 내 국내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위생'과 '거리두기'가 국내여행 화두다. 여행객 70%는 '관광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시행되길 기대한다'고 답했고, 여행객 2명 중 1명은 '성수기(51%)'와 '사람이 몰리는 곳(48%)'을 피한 이른바 거리두기 여행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도·동해 '실시간 인기급상승'
/표=컨슈머인사이트/표=컨슈머인사이트
올해 한국인 여행객들의 국내여행 테마 역시 '거리두기'다. 기존 사람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를 피하고 가족이나 연인 등 소규모로 자가용을 이용해 한가로운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다. '집콕'으로 커진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친화적인 힐링 여행지도 인기다.

여행전문 리서치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0년 여름휴가 여행 조사' 결과 시·도별 종합만족도에서 제주도와 강원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제주는 항공·배편을 타야만 닿을 수 있다는 점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추석과 한글날 연휴에만 42만2971명이 찾았다. 수도권에서 자가용으로 갈 수 있는 강원도 역시 켄싱턴 설악밸리 등 주요 리조트들이 연중 내내 주말 만실을 기록할 정도다.



그러나 제주와 강원이 코로나 전에도 매년 최고 인기 여행지로 부동의 1, 2위를 지켜온 만큼, 주목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전남 완도군과 진도군, 강원 동해시 등 젊은 세대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지역들이 대표적이다.

전남 완도군이 올해 신지명사십리 해변에 설치한 멀티플렉스. /사진=뉴시스전남 완도군이 올해 신지명사십리 해변에 설치한 멀티플렉스. /사진=뉴시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완도는 여름휴가 종합 만족도(시·군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26계단 상승했다. 동해도 전년과 비교해 18위 상승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매년 수 많은 여행객들이 몰리는 여수와 전주는 9계단, 15계단 떨어진 30위, 34위에 그쳤다.

언택트를 기반으로 철저한 방역과 쾌적한 환경이 여행객을 이끌었단 분석이다. 완도의 경우 △해수욕장 사전 예약지 △해수욕장 주차장을 이용한 자동차 극장 △해양치유 프로그램으로 이목을 끌었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여름휴가 여행 만족도 1위는 민관이 협심해 코로나시대 안전하고 쾌적한 해수욕장을 가꿔 얻은 결과"라며 "완도의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 줄었지만 캠핑장은 늘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신형 SUV 차량 무료 시승 기회와 함께 차박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박 전용 플랫폼 ‘휠핑(Wheelping)’을 선보였다. /사진=뉴스1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신형 SUV 차량 무료 시승 기회와 함께 차박 여행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차박 전용 플랫폼 ‘휠핑(Wheelping)’을 선보였다. /사진=뉴스1
특히 올해 국내여행 대표 콘텐츠는 캠핑이다. 올해는 매년 여름이면 물 반 사람 반으로 붐비던 워터파크나 해수욕장 대신 '차박(차에서 하는 숙박)'을 즐기는 캠린이(초보 캠퍼·캠핑+어린이)로로 숲 속 캠핑장이 붐비고 있다. 캠핑아웃도어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인구는 2018년 400만명 수준으로 매년 증가세다. 업계에선 올해는 500만명을 가뿐히 넘을 것으로 보고있다.

'차박'과 '불멍(장작불 보며 멍때리기)'이 여름휴가 기준이 된 셈이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동시에 '집콕'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단 소식에 아웃도어 용품을 차에 싣는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다. 실제 여행·숙박·카지노·마이스(전시·컨벤션) 등 국내 관광산업 전반이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캠핑은 나 홀로 성장세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3분기 관광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관광객 이용시설업 중 일반야영장(캠핑)업은 총 2056개로,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132개가 늘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3분기 여행사가 전분기 대비 131개 줄어든 데 반해, 오히려 캠핑은 호황을 보이며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2030 젊은층부터 5060 중·장년층까지 해외여행 대신 캠핑에 빠지면서 여행과 캠핑 수요가 뒤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지난 5월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 /사진=뉴시스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지난 5월 강원 평창군 봉평면 휘닉스 평창 잔디밭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소비부진으로 고민에 빠진 유통·외식업계까지 캠핑을 내세워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들이 여름을 기점으로 캠핑 기획전을 개최했고, 이달 열린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맞아 캠핑카부터 아웃도어 용품 할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이슬캠핑 굿즈전'으로 폴딩박스와 보냉카트 등 굿즈를 한정 판매했고, 스타벅스도 '서머 레디백(수납함)'과 '캠핑체어' 굿즈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캠핑 역시 코로나 청정 여행으로 단정할 수 없어 주의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동환 캠핑아웃도어진흥원 이사장 겸 캠핑퍼스트 대표는 "캠핑장에서도 개수대나 화장실 등 공용공간이 있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몰려 '풀 부킹'인 캠핑장에선 감염이나 접촉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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