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총 무장하고 "트럼프 찍어"…살벌한 '美대선 승부처'

머니투데이 밀포드(펜실베이니아)=이상배 특파원 2020.11.0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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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미국 대선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주

11월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밀포드에서 차량 행렬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11월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밀포드에서 차량 행렬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 사진=이상배 뉴욕특파원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둔 11월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동부 밀포드.

기관총으로 무장한 남성들을 가득 실은 픽업트럭 한대가 209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 뒤로 성조기와 '트럼프·펜스' '트럼프에 투표하라' 등이 적힌 깃발을 꽂은 수백대의 차량이 따르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의 차량 퍼레이드다. 뒷유리에 "미국을 신의 가호 아래, 공화당원이여 투표하라"고 적은 차량도 있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길가에는 수많은 이들이 성조기와 트럼프 깃발을 흔들며 차량 행렬을 향해 환호성을 질렀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뉴욕·뉴저지주의 접경 지대임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이곳에서 직접 본 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숨기는 '샤이 트럼프'는 커녕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들이었다.



(AFP=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마지막 TV토론을 하고 있다.  ⓒ AFP=뉴스1(AFP=뉴스1)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대학에서 마지막 TV토론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4년 전 트럼프 승리, 우연 아냐" vs "트럼프 쫓아내려 4년 기다렸다"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하겠다는 펜실베이니아 주 벅스카운티 주민 짐 워싱턴 씨는 "많은 이들이 나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멍청이 또는 인종주의자로 취급하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이긴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도 미국인 다수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펜실베이니아 주 존스타운에 사는 짐 메이서 씨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내쫓기 위해 4년을 기다려 왔다"며 "내가 아는 한 이게 현재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를 대표하는 펜실베이니아 주는 과거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다. 그러나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저소득·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면서 경합주로 탈바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에 불과 4만4000표(0.7%포인트) 차이로 이기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예상한 2020년 미 대선에서의 후보별 주 선거인단 확보 결과 (11월1일 기준) / 사진 캡처=RCP 홈페이지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예상한 2020년 미 대선에서의 후보별 주 선거인단 확보 결과 (11월1일 기준) / 사진 캡처=RCP 홈페이지
트럼프, 펜실베이니아에 운명 걸렸다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 간 바이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빠르게 좁혀왔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최근 7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지난달 25일 4.8%포인트에 달했던 지지율 차이는 이날 기준 4.0%포인트로 줄었다. 오차범위 이내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COVID-19)에서 회복된 지난달 12일 이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만 무려 9곳을 돌며 집중적으로 유세를 펼치면서 지지세력을 결집한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국 지지율에서 열세인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펜실베이니아 주는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지역이다.

RCP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총 538명의 전국 선거인단 가운데 최소한 216명을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125명 뿐이다.

미 대선에선 전국 득표율과 상관없이 전체 선거인단의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된다. 미국 50개주 대부분이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정당이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예외는 메인주와 네브래스카주 2곳 뿐이다.

결국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등 6개 핵심 경합주가 대선 결과를 판가름 짓는다.

이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가 결정적인데, 플로리다 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1%포인트 이내로 지지율 격차를 좁혔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다는 점에 비춰볼 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플로리다 주에서의 승리를 기대해볼 수 있다.

따라서 관건은 바이든 후보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 주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 주의 선거인단 20명을 잃는다면 위스콘신과 애리조나에서 모두 이겨야 벌충할 수 있는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위스콘신 주에서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6.6%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AP/뉴시스] 10월28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주민들이 투표소를 방문해 컴퓨터 투표기에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2020. 11. 1.[AP/뉴시스] 10월28일 미국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주민들이 투표소를 방문해 컴퓨터 투표기에 사전투표를 하고 있다 2020. 11. 1.
우편투표 개표에 며칠 걸려…무력충돌 우려도
한편 펜실베이니아 주의 최종 개표 결과는 대선 후 약 일주일은 지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미 연방대법원이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대선 사흘 뒤인 오는 6일 도착하는 우편투표 용지까지 개표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펜실베이니아 주는 미리 도착한 우편투표 용지를 사전에 개봉하지 않는다. 대선 당일 현장투표가 끝난 뒤에야 우편투표에 대한 개표를 시작한다. 문제는 우편투표는 투표자의 신분 확인을 위한 서명 대조 등 개표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올해 미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40% 이상이 우편투표 등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만약 펜실베이니아 주 현장투표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온다면 우편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기간 동안 대선의 승자가 확정되지 않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하고 이에 불복하는 경우도 문제다. 일각에선 무장한 양측의 지지자들이 충돌하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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