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폐업, 왜 줄었나했더니…'살아만 있는' 좀비여행사 많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1.0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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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사업체 2만1540개, 대부분 영업활동 동면 상태…산업 생태계·고용의 질은 모두 '악화일로'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0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2020.06.10.   radiohead@newsis.com[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0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사무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무급 및 유급 휴직으로 텅 비어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2만1540개.'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여행한파' 속에서도 생존신고를 한 여행업체 수다. 글로벌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에 해외여행이 꽉 막힌 전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아직도 많은 여행사들이 간판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숫자만 보면 그렇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다르다. 회사 간판만 달고 있을 뿐, 직원은 없고 사무실 불은 꺼진 '좀비'나 다름 없는 여행사가 태반이다. 코로나 리스크에 따른 '개점휴업'이 8개월 이상 지속되면서다. 겉보기에 그럴싸한 여행 생태계는 코로나 쓰나미에 붕괴 직전 상태란 목소리가 들린다.

여행사들, '살아만 있는' 상태
여행사 폐업, 왜 줄었나했더니…'살아만 있는' 좀비여행사 많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관광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등록된 여행업체(일반·국내·국외여행업)는 2만1540개다. 2만1671개였던 직전 분기와 비교해 131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지난해 2만2283개였던 여행업체 중 코로나 사태가 터진 상반기 동안 612개가 문을 닫으며 위기감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하반기 들어선 감소세가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빛 좋은 개살구'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 고정비가 크지 않은 만큼, 인력을 최소화한 채 영업활동을 중단하고 라이선스만 유지한 업체가 대부분이란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상태일 뿐"이라며 "별 다른 영업활동도 없이 정부고용유지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어 생존해 있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무실 없애고 직원 내보내고…"생존 맞나"
지난 10월8일 찾은 서울 중구 동아빌딩 14층 자유투어. 사무실이 정리된 채 닫혀 있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지난 10월8일 찾은 서울 중구 동아빌딩 14층 자유투어. 사무실이 정리된 채 닫혀 있는 모습. /사진=머니투데이
실제 여행업계는 '코로나 보릿고개'가 길어지며 반강제적으로 동면(겨울잠)에 들어갔다. 업계 양대산맥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마저 무급휴직을 시행하는 가운데 잘 나가던 중견 여행업체까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당초 올해 말이면 해소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영업중단을 선언하고 눈물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다.


한 때 업계 3위까지 올랐던 자유투어는 132명에 달했던 임직원을 70% 이상 줄이더니, 지난달부터는 전원 휴직에 돌입했다. 서울 청계천 인근 본사 사무실까지 정리하며 영업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탄탄한 하드웨어를 갖췄다고 평가 받은 NHN여행박사는 무급휴가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200명이 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주요 여행사 직원들 사이에선 '희망퇴직', '구조조정', '매각' 같은 설들이 쏟아지며 어수선한 분위기다.

대형 홀세일(도매) 여행사들이 감원과 영업중단 카드를 꺼내들면서 이들이 내놓는 패키지(PKG) 등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이나 랜드사(현지 협력사) 등 중소·영세 여행사의 사정도 악화일로다. 상업지구나 주거지역 인근에서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간판을 달고 있는 대리점들은 수 개월째 문이 닫혀있다. 여행사업체로 등록된 대다수가 이처럼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여행사란 점에서 여행산업 자체가 '올 스톱'된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겨울 실업대란 조짐…여행교류 완화해달라
여행사 폐업, 왜 줄었나했더니…'살아만 있는' 좀비여행사 많다
연말부터 '여행 실업대란'이 발생할 수 있단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종료는 다가오고, 매출은 여전히 '제로(0)'인 상황에서 임대료를 내기도 버거운 만큼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통계 상 폐업하는 여행사는 적어도 실업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한 여행사 대표는 "급여 부담과 사무실 임차료, 세금 등 견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을 권고사직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행업계에선 자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영업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드(with) 코로나'가 불가피해지면서 꽉 막힌 여행교류를 제한적으로나마 재개해 업계에 숨통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여행업 매출 대부분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와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에서 나오는 만큼, 사실상 붕괴 직전인 여행 생태계 보존을 위해선 국제관광 활성화가 전제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단계별 14일 자가격리 완화 △트래블 버블(방역모범 지역/국가간 입국금지 해제, 자가격리 면제 등 여행규제 완화) 추진 △신속검역 절차 수립 등이 방역을 지키면서 하늘길을 여는 제한적인 여행교류 재개 방안으로 꼽힌다. 홍규선 한국여행학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업계 위기극복 토론회에서 "어려운 시기인 만큼 코로나 관련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자가격리 완화와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코로나 청정국가와 트래블 버블을 통해 교류를 트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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