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뉴스1) 이동원 기자 =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오른쪽) 후보. ⓒ AFP=뉴스1
WTO 이사회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세계은행 전무에게 사무총장 선호도 조사에서 밀렸다고 발표했던 바 있다. 유 본부장에게 사실상의 자진사퇴 권고까지 한 상태다.
하지만 전날 우리 정부는 이와 관련해 "선호도 조사 결과가 곧 결론은 아니다.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WTO 사무총장 선출이 단순 투표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각국의 선호도를 바탕으로 컨센서스 과정을 거친 후 '만장일치' 형식으로 결정되는 점을 염두에 뒀다.
여기에 이날 정부가 "서두를 게 없다"는 입장을 추가한 것이다. WTO는 다음달 9일 일반 이사회에서 새 사무총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열흘 넘게 남았다.
우리 정부는 일단 11월3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 전후로 미국이 현재와 같은 기조를 유지할 지 여부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WTO 사무총장 선출에서 미국의 지지가 마지막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WTO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원을 해온 미국은, 선호도 조사가 끝난 이후에는 아예 오콘조이웨알라 전무에 대한 비토 의사를 밝혔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공식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 본부장을 차기 WTO 사무총장으로 선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팔을 걷었기에 우리 정부가 발을 빼기에 애매한 상황이 된 측면도 있다. 미국이 우리 측을 지원하고 있다지만, WTO 사무총장을 놓고 대립 분위기가 과열되는 것도 한국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이미 미국이 WTO를 흔드는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중이기도 하다.
외교부 관계자는 "(WTO 일반 이사회가 예정된) 11월9일까지 입장을 안 정하고 검토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과정 어디쯤에 있다고 이해해달라. 종합적으로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