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역대급 성장률 찍었지만…"만약 다시 셧다운한다면"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10.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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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뉴욕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주의 허드슨강변뉴욕 맨해튼이 바라보이는 뉴저지주의 허드슨강변


"추가 경기부양책이 없는 상태에서 코로나19(COVID-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약 미국이 유럽을 따라 '재봉쇄'의 길을 간다면 '리플레이션'(적당한 물가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꺾일 수 있다." (시마 샤 프린시플글로벌자문 수석전략가)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전날의 폭락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자 수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3/4분기 역대급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는 소식 덕분이다. 전분기 31% 역성장에서 33% 성장으로의 급반전이다.

그러나 월가 전문가들은 과도한 흥분을 경계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데이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강력한 성장률 수치는 경제의 실제 체력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며 "이런 후행적 지표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9.16포인트(0.52%) 오른 2만6659.1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39.08포인트(1.19%) 상승한 3310.1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0.72포인트(1.64%) 뛴 1만1185.59로 마감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모두 3% 넘게 올랐다. 테슬라도 1% 이상 상승했다.

캐피탈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3/4분기 경제성장률은 예상보다 높았지만, 신규 확진자 급증과 추가 부양책의 부재 때문에 내년초 경기회복세는 다소 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美 주간 신규 실업자 75만명…팬데믹 이후 최저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10월 18∼24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가 75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4만건 줄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한 77만명(마켓워치 집계)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로써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사태로 미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주에 이어 연속으로 청구된 실업수당도 847만건에서 776만건으로 급감했다.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봉쇄가 본격화된 직후인 지난 3월말 687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약 4개월 간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7월 이후 코로나19 재확산세와 함께 증가와 감소, 정체를 반복해왔다.

미국에서 최근과 같은 대규모 실업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2월까지 미국의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0만건대에 불과했다.

종전까지 최대 기록은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2년 10월 당시 69만5000명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최대 66만5000명(2009년 3월)에 그쳤다.

뉴욕 타임스퀘어뉴욕 타임스퀘어
-31%→33%…美경제 역대급 반전 성공
이날 미 상무부는 올 3/4분기 경제가 연율 기준 33.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이 예상한 32%를 웃도는 역대급 성장률이다. 분기 기준으론 7.4% 성장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는 소비자 활동이 되살아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상점 등이 다시 경제활동을 시작하고, 정부가 현금 지급 등 경기부양책을 시행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풀이했다. 미국인들의 소비는 연간 기준으로 40.7%나 급증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세다.

이밖에 부동산, 기업 투자 등이 되살아난 것도 보탬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역대급 성장률에도 미국의 GDP는 팬데믹 이전에 비해 3.5% 후퇴한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또 미국에서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7만명을 넘는 등 재확산세를 보이는 데다가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져 다음 분기 성장률은 보다 완만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는 31.4% 역성장이라는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뉴스1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사진=뉴스1
펠로시 "부양책 답 내놔라" 므누신에 재촉
약 2조달러(230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놓고 미국 행정부와 협상을 벌여온 민주당 1인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민주당의 요구에 대한 답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 차이에 비춰볼 때 11월3일 대선 전 의회에서 부양책이 처리되긴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므누신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가운데 우리는 여전히 중요한 여러 항목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협상이 계속되려면 당신의 대답이 중요하다"며 주정부를 비롯한 지방정부, 안전한 학교, 자녀 양육, 일하는 가정을 위한 세액공제, 실업수당 등의 지원에 동의하는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또 "미국은 곧 누적 확진자 900만명과 사망자 25만명이라는 가슴 아픈 이정표를 지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고통받고 있으며 그들은 우리가 목숨과 생계를 구해줄 합의에 다다르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 여러분은 여지껏 본 적 없는 최고의 부양 패키지를 얻을 것"이라며 대선 전 부양책 처리가 어려움을 인정했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수당 지급 재개과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지방정부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2조2000억달러의 추가 부양 패키지를 이달초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을 지배하는 공화당은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정부들을 돕는 데 연방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상원에서의 부양책 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美 역대급 성장률 찍었지만…"만약 다시 셧다운한다면"
미국·유럽 2차 셧다운 우려에 WTI 3%↓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미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재봉쇄가 시작되면서 석유 수요 둔화 우려가 기름값을 끌어내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 텍사스산 원유) 12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22달러(3.3%) 떨어진 36.1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12월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밤 10시10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1.5달러(3.8%) 하락한 37.62달러에 거래 중이다.

달러화는 강세였다. 오후 5시13분 현재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인덱스(DXY)는 전 거래일보다 0.57% 오른 93.93을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 엔 등 주요 6개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것이다.

금값은 내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11.30달러(0.6%) 하락한 1867.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대체로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와 반대로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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