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수소경제 전환, 연구소 동맹 필요"…28개 연구기관 '수소 네트워크' 결성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방윤영 기자 2020.10.2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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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엑스포]크리스토퍼 헤블링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장 R&D 컨퍼런스 기조 연설

크리스토퍼 헤블링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장이 화상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 캡쳐=류준영 기자크리스토퍼 헤블링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장이 화상으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 캡쳐=류준영 기자


"저탄소·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시대엔 연구소 간 확고한 동맹 안에서 수소 경제로 바꿔야 합니다."



크리스토퍼 헤블링 프라운호퍼 태양에너지시스템연구소장은 29일 화상으로 진행된 ‘2020 그린뉴딜엑스포’ R&D(연구·개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독일 전역 28개 국책 연구기관 및 에너지 전문 민간기업으로 이뤄진 ‘수소 네트워크’를 결성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여기엔 프라운호퍼 환경연구소(UMSICHT), 에너지시스템연구소(IWES), 태양열 에너지 개발·공급 전문기업 IPM 시스템인터내셔널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수소 경제에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활동에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프라운호퍼 소사이어티는 독일 전역 74개 정부출연연구소와 약 10만명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유럽 내 최고 R&BD(사업화연계연구개발) 기관이다. 연간 예산(약 3조 8000억원)의 3분의 2 이상을 기업과의 연구계약에서 충당하고 있다.

헤블링 소장은 "프라운호퍼 소사이어티가 최근 결정을 내린 ‘수소 R&D 전략로드맵’은 소재 개발, 생산·운송·저장설비 설계, 시스템·응용 등 전 분야에 걸쳐 가용 가능한 관련 정부·민간연구소는 총동원하되 역할을 분담해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강조했다.

헤블링 소장은 이날 연설의 절반을 프라운호퍼의 강력한 R&D 추진 플랫폼을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수소 네트워크의 초대 대변인도 맡고 있는 그는 “수소네트워크 내에서 거둔 연구성과는 참여기관들에 바로 공유돼 신기술을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을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그간 독일은 소사이어티 중심으로 유기적 R&D 활동을 펼쳐왔으며, 그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는 평가다.


헤블링 소장은 독일 정부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세운 단계별 목표 조기 이행을 관련 근거로 들었다. 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 35%, 2030년 50%, 2050년 80%까지 확대하는 독일의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2010년 4월 이후 10년간 풍력·태양 등의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전력생산량 비중이 이미 55%를 넘어섰다”면서 “독일 내 원자력에너지 비중도 절반 이하로 줄어 2년 후부턴 ‘단계별 탈원전’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후변화 속도를 늦추려면 기술 개발 속도를 지금보다 수 배 이상 높여야 하고, 그러려면 더 이상 각개전투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한국도 내부 연구기관간 협력은 물론, ‘글로벌 에너지 파트너십’도 단단히 구축하라”고 권고했다.

헤블링 소장은 아울러 수소 기술의 높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앞으로 추진해야 할 연구과제도 제시했다.

그는 “1990년대 MP3 플레이어와 전구를 대체할 수 있는 고성능 발광다이오드(LED) 부품 등의 원천기술을 개발한 프라운호퍼가 이제 수소를 주목하고 있다"며 "수소는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다음으로 사회와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략적 연구분야”라고 말했다. 프라운호퍼는 MP3 플레이어 특허로 연간 연간 1억5000만 유로(약 200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블링 소장은 “수소 적용 범위를 휘발유와 경유 등의 화석연료를 주로 쓰는 이동수단에만 둘 게 아니라 보다 더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철강 공정상 부득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공정 부산물을 활용하는 방안도 앞으로 집중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라고 전망했다. 철강 생산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한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수소에 기반 한 철강 공정의 탈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 독일에서만 연간 250만톤(t)의 수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마지막으로 수소 대중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가격 차별화’를 구현하는 게 관건이라며, 기존 석유화학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헤블링 소장은 “천연가스 튜브저장소를 수소저장소로 전환하기 위해 어떤 과학기술이 필요한지 고려해야 한다”면서 “저장소 벽체 두께는 어떻게 하고, 만일 균열이 발생하면 장기간 수소 확산 속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등의 연구를 통해 가장 민감한 안정성·수용성 등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시적으로 (수소기술)확장을 생각한다면 기본(기초연구)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변혁은 시스템의 근본적으로 새로운 특성을 이해할 때에만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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