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좋은 일만 한 '전기차 보조금'…너도나도 테슬라만 뽑았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2020.10.29 06:00
글자크기

[MT리포트]보조금발 전기차 지각변동 온다 (上)

편집자주 환경 보호와 전기차 기술 발전을 위해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대거 해외 업체로 흘러 들어가면서 오히려 국내 전기차 발전 저하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차 시장의 보조금 현황과 앞으로 개편 방향 및 전기차 발전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다.

독이 된 전기차 보조금…'사람들, 테슬라 사더라'
남좋은 일만 한 '전기차 보조금'…너도나도 테슬라만 뽑았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산을 골자로 한 그린뉴딜이 해외 자동차기업 배만 불릴 처지에 놓였다. 대당 최소 1000만원인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 상반기 기준 40% 넘게 독식한 테슬라가 앞으로도 그린뉴딜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해외 기업에 퍼주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작업에 착수했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8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기승용차 판매 대수는 2만2180대다. 자동차 제작사별로는 테슬라가 가장 많은 8459대를 팔았다. 전체의 38.1%다. 이어 현대차 7003대(31.6%), 기아차 2548대(11.5%) 순이었다. 차종별 판매 대수는 테슬라 모델3가 8136대로 압도적인 1위였다. 현대차 코나가 5928대로 뒤를 이었다.

◇상반기 전기차 지원금, 테슬라 43.2% 독식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공개될지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3일 오전 5시30분(현지시간 22일 오후 1시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배터리 데이'를 열 예정이다.사진은 이날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2020.9.22/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공개될지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3일 오전 5시30분(현지시간 22일 오후 1시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배터리 데이'를 열 예정이다.사진은 이날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2020.9.22/뉴스1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구매보조금 지급액은 테슬라가 전체의 43.2%인 552억원을 쓸어갔다. 현대차, 기아차에 대한 구매보조금은 각각 30.8%, 13.9% 수준인 393억원, 17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차를 싸게 사는만큼 자동차 제작사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 올해 전기승용차 기준 국고보조금은 인센티브 20만원을 포함해 최대 820만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코나, 기아차 니로 EV를 사면 최대 지원금을 받는다. 테슬라 모델3 시리즈는 국고보조금이 760만~800만원이다.


지자체보조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전남 진도군이 960만원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파격적이다. 진도군에선 코나를 시중 가격보다 17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지자체보조금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로 450만원이다.

테슬라가 가장 많은 구매보조금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등 지원하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년에 전기승용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 심리도 한몫했다.

◇"테슬라 '국부유출' 얘기 나올 정도"

남좋은 일만 한 '전기차 보조금'…너도나도 테슬라만 뽑았다
문제는 구매보조금이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전기승용차 시장 장악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매보조금을 두고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비율이 높아 '국부 유출'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고가 전기승용차 차주에 구매보조금을 똑같이 지원하는 현 제도가 전기차 보급 확산을 억제한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8월까지 대당 1억원 안팎인 아우디 이트론 55, 벤츠 EQC, 테슬라 모델S, 테슬라 모델X 판매 대수는 각각 595대, 310대, 147대, 176대로 집계됐다.

물론 현대차의 신차 출시, 정부가 추진 중인 구매보조금 개편 작업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민하 전기자동차협회 사무총장은 "내년 전기승용차 시장은 빅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매보조금 개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구매보조금 개편 방향은 크게 고가 전기승용차 지원 폐지, 국고보조금 산정체계 변경이다. 환경부는 고가 전기승용차 기준 금액을 정하기 위해 의견 수렴 중이다. 또 연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로 책정하는 국고보조금 산정 방식도 조정할 계획이다.

◇구매보조금 개편, '찻잔 속 태풍' 그칠 수도

(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 모터쇼(The 16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에 참가해 중국 전용 기술브랜드 ‘H SMART+’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RM20e. (현대자동차 제공) 2020.9.27/뉴스1(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 모터쇼(The 16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에 참가해 중국 전용 기술브랜드 ‘H SMART+’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RM20e. (현대자동차 제공) 2020.9.27/뉴스1
구매보조금 개편이 테슬라에 끼칠 여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테슬라 모델3가 보조금을 못 받는 고가 전기승용차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급형인 모델3 가격은 5469만~7469만원이다. 모델3 트림 중 가장 비싼 퍼포먼스가 고가 차에 포함될 경우 가격을 낮출 여지도 있다. 연비, 주행거리가 좋은 점도 구매보조금 개편을 피해갈 요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더 정교한 구매보조금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등 부품 국산화율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이 대안으로 나온다. 다만 국고보조금을 인센티브로 활용하면 WTO협정에 위배 돼 지자체보조금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호근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국산 배터리가 달려 있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 식으로 외국 기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승용차 보급은 성능 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며 "국민세금 투입,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제도를 만드는 프랑스나 독일 사례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전기차 보조금, 단순히 '비싼차' 뺀다고 테슬라 추월 못한다
남좋은 일만 한 '전기차 보조금'…너도나도 테슬라만 뽑았다
정부가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보급을 목표로 한 그린뉴딜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승용차 구매보조금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마침 현대차는 전기승용차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가 신차 출시, 구매보조금 개편에 따른 시너지효과로 시장 강자인 테슬라를 앞설지 주목된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보급 및 충전소 구축 사업 예산안은 1조1120억원으로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전기승용차 구매보조금 지원 물량은 7만5000대로 올해 대비 1만대 늘어난다.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구매보조금 지원 확대와 연계해 구매보조금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개편 방향은 크게 고가 전기승용차 제외, 구매보조금 산정 체계 변경이다.

◇1억 넘는 외제차 사도 지원…보조금 제도 수술

테슬라 / 사진제공=테슬라테슬라 / 사진제공=테슬라
고가 전기승용차 제외는 1억원을 넘는 아우디 이트론55, 테슬라 모델S를 살 때 정부 지원이 적절하냐는 비판에서 출발한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구매보조금 대상에서 고가 전기승용차를 빼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도입하진 못했다. 무역분쟁을 우려해서다. 당시만 해도 구매보조금 제외 대상이 모두 수입차라 국내-해외 기업을 차별하면 안된다는 WTO 협정을 위반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내년 전기승용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에 고가 전기승용차 지원 제외는 다시 속도를 냈다. 내년을 전기차 대중화 시대 원년으로 정한 현대차는 아이오닉5, 제네시스 JW·eG80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고가 국산 차도 구매보조금 제외 대상에 들어갈 여지가 커져 국내-해외 기업 차별 논란을 잠재울 수 있게 됐다.

관건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고가 차를 얼마로 정할 지다. 업계에선 6500만~7000만원이 제시된다. 6만 유로(약 8000만원), 30만 위안(약 5090만원)이 넘는 전기승용차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독일, 중국의 중간 수준이다.

◇고가차 기준, 6500만~7000만원 관측…테슬라 모델3 대부분 빠져

남좋은 일만 한 '전기차 보조금'…너도나도 테슬라만 뽑았다
무역분쟁을 피하기 위해 고가 차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하기 어려운 점도 감안됐다. 현대차가 아직 내년 출시 예정인 신차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제네시스 전기차 일부 트림은 고가 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최대 국고보조금이 올해 800만원에서 내년 700만원으로 내려가면서 산정 방식도 변경할 계획이다. 현행 국고보조금 기준인 1회 충전당 주행거리, 연비별 최대 지원액은 각각 400만원이다. 주행거리, 연비가 뛰어난 현대차 코나, 기아차 니로, 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 등이 국고보조금을 꽉 채워 받고 있다.

환경부는 내년 국고보조금 상한액이 700만원으로 바뀌면서 주행거리, 연비별 최대 지원액을 조정할 계획이다. 또 주행거리, 연비 외에 다른 기준을 넣어 국고보조금을 책정할 지도 검토하고 있다.

◇"국산차 경쟁력 강화·WTO 협정 준수 고려해 개편 작업"

현대차 코나 / 사진제공=뉴시스현대차 코나 / 사진제공=뉴시스
구매보조금 개편으로 현대차가 전기승용차 시장 점유율 1위인 테슬라를 추월할 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테슬라 모델3가 타격받을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3는 주행거리, 연비가 좋은 데다 적어도 차량 가격이 5000만~6000만원대인 스탠다드, 롱레인지는 구매보조금을 계속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회사에 유리한 국고보조금 산정 체계 변경, 배터리 등 전기승용차 부품 국산화율에 따른 지원 차등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경부 관계자는 "구매보조금 개편은 국내 전기차 경쟁력 강화, WTO 협정 준수라는 (상충된) 두 가지 가치를 고려하면서 작업 중"이라며 "고가 자동차 기준 등은 자동차 제작사와 간담회를 통해 적정한 선에서 합의안을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