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광고 좀 하겠다'던 이건희 회장… 눈물로 보낸 두딸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10.2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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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

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중앙)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10)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CEO, 왼쪽)으로부터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 사장,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 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직책은 당시직책)/사진제공=삼성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중앙)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10)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CEO, 왼쪽)으로부터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 사장,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 이 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직책은 당시직책)/사진제공=삼성


10년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CES)에 당시 이부진 삼성에버랜드 전무(당시 직책),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두딸의 손을 잡고 전시장을 방문했다.



이건희 회장은 오른손엔 장녀인 이부진 전무를, 왼손엔 차녀인 이서현 전무를 각각 잡고 전시장을 1시간 가량 둘러봐 주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회장은 딸들과 함께 온 이유에 대해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고 부정(父情)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당시 '자식들이 일을 잘 배우고 있다고 보시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아직 배워야죠. 내가 손잡고 다니는 것이 아직 어린애"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 회장이 이날 두 딸의 손을 잡고 1시간 가량 CES 전시장을 돌아본 것은 말 그대로 '딸들을 광고하거나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 회장은 자신의 불편한 걸음에도 불구하고 딸들의 부축을 받으며 전세계 IT 기업의 트렌드를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것이다. 두 딸의 손이 아버지를 받혀주는 모습이 이를 잘 대변한다.

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중앙)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10)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CEO, 오른쪽)으로부터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당시 직책),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 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최 사장/사진제공=삼성이건희 삼성회장(사진 중앙)이 2010년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10)에서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CEO, 오른쪽)으로부터 전시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당시 직책),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이 회장,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최 사장/사진제공=삼성

이 회장은 걸음이 불편할 때도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스스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싫어해 해외출장을 가거나 들어올 때도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을지언정 지팡이는 사양했다. 2006년 발목을 다쳐 귀국길에 휠체어를 탄 것 외에 쓰러지기 전까지 어디를 나설 때도 이 회장은 휠체어도 절대 타지 않았다.

'딸들 광고 좀 해야겠습니다'라는 그의 말 속에는 딸들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숨긴 측면도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12년 7월 22일 IOC위원 자격으로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사진 왼쪽)과 함께 런던올림픽 참관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길에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손에 의지해 걷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 2012년 7월 22일 IOC위원 자격으로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사진 왼쪽)과 함께 런던올림픽 참관차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길에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손에 의지해 걷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 회장은 유독 딸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는 삼성가의 전통이기도 하다. 삼성가는 여느 그룹과 달리 딸들에 대한 경영 참여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선대 이병철 회장 때도 장녀인 이인희 한솔 고문과 5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딸들에게도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줬다. 이건희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도 기업 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줬다.

고인은 자신의 에세이집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중 '여성 없이 미래 없다'는 글에서 여성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여성의 역할이 늘고 파워도 더 강해진다. 몇 년만 지나면 여성인력 중에서 경영자가 많이 나올 것이다. 여성인력 활용이 선진국의 척도가 된다"고 했다.

이런 여성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남녀차별 관행을 모두 걷어내야 한다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여성공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28일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자신들을 광고하겠다던 아버지와의 이별에 두 딸은 목놓아 울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녹초가 된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의 팔을 부축해 장지로 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8일 수원 선영에서 진행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하관식 장소로 이동하는 중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두번째)에게 팔을 내주며 걷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오열하며 탈진한 듯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오른쪽 두번째)과 이 부회장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왼쪽 첫번째는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사진제공=뉴스1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세번째)이 28일 수원 선영에서 진행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하관식 장소로 이동하는 중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 두번째)에게 팔을 내주며 걷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오열하며 탈진한 듯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오른쪽 두번째)과 이 부회장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왼쪽 첫번째는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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