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괜찮다'고 치는 기능성 화장품의 임상 수준이다. 머리카락 한 올이 약 70㎛ 수준이니, 8주 꾸준히 바르면 미세 주름이 완화된다는 얘기다. 화장품으로 주름을 하루아침에 없앨 수 없음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유의미한 수치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화장품 업계의 '국룰'을 뒤엎는 사례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생명공학공동연구원 소재의 바이오벤처 칸젠(대표 최원섭)이 보튤리늄 톡신 화장품 개발을 마치고 임상을 밟던 중 나온 결과다.
획기적 수치다. 주름 개수에도 뚜렷한 변화가 따랐다. 2주 적용 시 주름 347개에서 54개로 293개가 준 것이다. 임상 추이를 전하는 칸젠 관계자의 목소리에 밝은 기색이 역력했다. 이 관계자는 "27일 진행한 임상에서는 '24시간 내 136㎛ 개선'이라는 즉각적 결과를 냈다"면서 "유례없는 혁신 제품 출시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바르는 보톡스 임상 실험 데이터. 타사 기능성 화장품을 적용한 비교군(사진 왼쪽)과 바르는 보톡스를 적용한 실험군(사진 오른쪽)/사진제공=칸젠
CPP는 체내 필요한 곳에 약효가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 전달 기술의 일종이다. 세포 내로 흡수가 어려운 약물 제재들과 함께 쓰면 약리적 효과를 높일 수 있어 신약 개발 업계에서도 널리 쓰여왔다. 만약 CPP를 피부에 적용하게 되면 '투과율'이 우수해진다. 화장품 내의 피부 유용 성분이 피부 곁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깊게 침투할 수 있다.
칸젠은 이를 회사가 발굴한 보튤리늄 균주와 결합했다. 자체 개발한 CCP 기술 'CDP'(카고 딜리버리 펩타이드)로 화장품 소재와 제조 기술, 2가지 경쟁력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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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시장 접근 포인트는 '바르는 보톡스'. 바이오 기술은 복잡하고 까다롭지만, 시중에서는 편리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 같이 정했다.
'바르는 보톡스'는 기존 주사형 보톡스의 대체제를 자처한다. 보툴리늄 성분이 CDP와 만나 피부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있어서다. 진피층은 피부 탄력을 결정짓는 피부층이다. 각질 및 표피층보다 깊이 위치해 있다. 통상의 화장품은 표피층 정도에서 머무는 데다 보튤리늄은 분자가 커 피부 투과가 어렵다. CDP는 이 지점을 극복한다. 주사 바늘 없이도 고분자의 보튤리늄을 깊게 투과할 수 있다.
칸젠 관계자는 "3~4개월에 한 번씩 보톡스 주사를 맞는 것에 대해 번거롭고 두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요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톡스·코스메슈티컬 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겠다"고 했다.
제품은 세럼 등 화장품 형태와 마이크로 니들 패치로 출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브랜드별로 공동 사업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추후 연고 등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목주름을 완화하거나 겨드랑이 등에 발라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는 게 그 예다.
업체 측은 "회사 보톡스 균주를 활용해 장기적으로는 주사제도 공급할 계획도 있다"면서 "주사제와 바르는 보톡스 화장품을 겸용해 쓰면 보다 드라마틱한 피부 항노화 관리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한국 보톡스 브랜드도 사실상 독과점 상태인 세계 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면서 "기존 시장 판도를 바꾸려면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