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능가한 이건희…"이재용도 '승어부' 이을 것"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2020.10.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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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 걸려있는 삼성 조기.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고 이 회장은 1979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 걸려있는 삼성 조기. 태평로 삼성 본관 28층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집무실이 있다. 고 이 회장은 1979년 삼성물산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이듬해부터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다/사진=오동희 선임기자


28일 오전 7시20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영결식이 열린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지하 1층 대강당. 백발의 노신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단상에 올랐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그는 고 이건희 회장과 서울사대부고 동문인 김필규 전 KPK통상 회장이었다. 김 전 회장은 고교 시절 이 회장과 레슬링부에서 뜨겁게 부대끼고 청년의 꿈을 함께 키운 50년 지기 친구다.

그는 추모사를 통해 아버지를 능가한다는 말인 '승어부'(勝於父)를 꺼내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이건희 회장보다 승어부를 한 인물을 본 적이 없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72,200원 ▼600 -0.82%) 부회장을 바라보고 "부친(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건희 회장이 부친을 능가하는 업적을 이루었듯이 이 회장의 어깨너머로 배운 이 부회장은 새로운 역사를 쓰며 삼성을 더욱 탄탄하게 키워나갈 것"이라고 깊은 위로를 전했다.

'한국 재계의 거인' 이건희 회장 영결식 엄수
이날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과 발인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72,200원 ▼600 -0.82%)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57,200원 ▼600 -1.04%)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을 비롯해 전·현직 삼성 사장단 등 '한국 재계의 거인'을 기리는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엄숙하게 열렸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영결식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수빈 삼성 상근고문(전 삼성생명 (93,600원 ▼3,600 -3.70%) 회장)의 약력보고와 김필규 전 KPK 회장의 추억, 추모영상 상영, 참석자 헌화 순서로 엄수됐다.


추모영상에는 1987년 12월 삼성 회장 취임 이후 2014년 쓰러지기까지 변화와 도전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경영인 이건희'가 고스란히 담겼다. 여기에 사물의 본질 탐구에 몰두하는 '소년 이건희', 스포츠 외교를 통해 '대한민국에 기여한 이건희' 등 이 회장의 인간적이면서도 승부사적 기질까지 면면이 조명됐다.

특히 이수빈 고문은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해 반도체산업의 초석을 다지고 신경영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고인의 삶을 회고하다, '영면에 드셨다'"는 부분을 읽다가 목이 메인 듯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화성=뉴스1) 구윤성 기자 =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임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고인의 운구차량이 나가고 있다. 2020.10.28/뉴스1(화성=뉴스1) 구윤성 기자 =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임직원들이 도열한 가운데 고인의 운구차량이 나가고 있다. 2020.10.28/뉴스1
이 회장 화성캠퍼스 '마지막 출근'…수원 선산에서 잠들어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식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버스에서 내리는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2020.10.28/뉴스1(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발인식이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버스에서 내리는 홍라희 여사와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2020.10.28/뉴스1
영결식을 마치고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이재용 부회장은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영결식 참석을 위해 차에서 내릴 때는 잠시 휘청이는 이부진 사장의 왼팔을 이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가 함께 부축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부진 사장은 내내 소리 없이 오열하며 생전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서현 사장은 운구 행렬 차량에 탑승하기 전까지 고개를 숙이고 시종일관 비통한 표정이었다.

오전 8시50분쯤에는 이 회장과 유족 등을 태운 운구 행렬이 곧바로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과 한남동 자택, 이태원동의 집무실인 승지원으로 향했다. 2014년 5월10일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6년5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이 회장의 배웅에는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 부회장,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부회장, 권오현 전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윤부근 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전 부회장단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김명수 삼성물산 EPC(설계·조달·시공)TF 팀장,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등 현직 사장단이 함께했다.

오전 10시30분에는 경기도 반도체 생산라인이 있는 화성캠퍼스로 이 회장이 마지막 출근을 했다. 정문에는 '회장님의 발자취를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초일류 삼성전자의 이름이 더욱 빛나게 하겠습니다', '100년 기업의 발판을 만드신 진정한 삼성인! 그 뜻을 새겨 새로운 100년을 열겠습니다' 등 그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각오가 담긴 플래카드들이 그를 맞았다.

건물 밖으로 나온 임직원들은 국화 한 송이를 가슴에 얹고 고 이 회장을 추모했다. 일부 임직원은 참았던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화성사업장을 떠난 이건희 회장은 수원 가족 선산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이곳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부모와 조부가 함께 잠든 곳이다.
(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2020.10.28/뉴스1(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소재 삼성가 선산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향하고 있다. 2020.10.2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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