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바람 이끄는 '우동주 1호' 동장들…되살아난 공동체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10.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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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견인차, 서울시 '찾동'] 上 각박해진 세태에도 불난 이웃 걱정…소통 앞장선 동장들

/사진제공=신월3동/사진제공=신월3동


불난집 나오니 단톡방서 걱정…"무엇이 필요하세요?"
19통장: ○○○학원 앞 길가쪽.

6통장: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4통장: 주변 사람들 많이 놀라셨겠어요. 참 다행이네요.

동장: 서무주임께서 당직실에 통보는 했다고 들었고요. 인명피해는 없어 다행이구요. 전기누전인 듯 합니다.



지난 8월30일 서울 양천구 신월3동에서 불이나 집 내부가 타버렸을 때의 일이다. 이건학 신월3동장과 20여명의 통장 등이 모인 단톡방엔 비상이 걸렸다. 통장들은 소방차가 도착한 현장의 사진을 보고 위치를 알아보거나 피해현황 정보를 공유했다.

이건학 신월3동장이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마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김지훈 기자이건학 신월3동장이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마스크를 들고 있다. /사진=김지훈 기자
이건학 동장은 화재 피해자에겐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이 필요한 것은없느냐"고 물어보고 적십자에는 구호물품도 요청해 줬다. 이웃의 의미가 갈수록 사라져 간다지만 이곳은 동장을 중심으로 온동네가 이웃에게 닥친 불행을 함께 걱정하고 안부를 살핀 것이다.

신월3동 자원봉사캠프장인 강혜영씨는 "사고가 생겼을 때 전달 시스템이 잘 돼 있다"며 "10여년 전 초등학교 학부모회의에서 만남을 계기로 주민들과 취약계층을 위한 마스크 제작 등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월3동 우리동네주무관(우동주) 1호인 이 동장을 비롯한 우동주들이 이웃 간 소통과 협치에 힘쓴 결과다.

서울 곳곳의 주민들이 이웃의 안부에 관심을 갖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우동주를 앞세워 마을공동체 되살리기에 나서면서다. 우동주란 서울시가 2015년 전국 최초로 선보인 '찾아가는동주민센터'(찾동) 사업 일환으로 시작됐다. 공무원이 현장에서 동네와 주민을 살피며 적극 소통하고 주민 문제도 발굴한다. 찾동은 서울시가 민원접수 중심 업무를 현장 지향형 업무로 혁신시키기 위해 도입했다. 2015년 7월부터 시작해 2019년 7월 서울시 전 동이 동참하게 됐다.



동장은 각 동의 우동주1호를 맡아 주민과 소통에 앞장서고 직원 간 협력을 강화토록 이끌고 있다. 동네의 특성에 맞춘 복지사업도 발굴한다.

이 동장은 "신월3동은 노인 인구 비율이 높고 복지 수효도 많은 곳"이라며 "7월 말 어르신들을 위해 우동주와 자원봉사자가 함께 가정으로 노인 가정으로 삼계탕을 배달했다"고 말했다.

인사 많이 하다보니 주민이 동장실 스스로 찾아와
김은영 마포구 신수동장의 어르신 가정 방문 현장. /사진제공=신수동김은영 마포구 신수동장의 어르신 가정 방문 현장. /사진제공=신수동


김은영 마포구 신수동장은 지역에 흩어진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지역돌봄 공동체의식을 높이기 위한 '잇다 프로젝트'에 힘쓰고 있다.

김 동장은 "기초수급자들이 냉장고나 컴퓨터 고장났다는 말을 하면 역량이 있는 주민을 연계시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동네에 경제적 후원을 위한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김 동장이 동네 곳곳을 돌아지며 주민과 소통을 하는 모습을 눈여겨본 노인이 동장실을 방문해 생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울 중구 약수동에선 우동주가 주도해 약수동 마을마당을 연결하는 엘리베이터를 내년 하반기 설치한다. 찾아가는 골목회의 주민총회 등을 통해 주민들 의견을 받고 서울시 구릉지 이동편의 개선 사업을 신청한 것이다. 찾아가는 골목회의란 3명 이상의 주민 또는 공공이 제안하여 이웃과 의논할 골목단위 생활 문제를 주제로 현장(돗자리회의), 카페 등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하는 회의를 말한다.

광진구 중곡4동 우동주들은 골목을 순찰해 불법광고물을 정비했다. 복지시설·경로당을 방문해 코로나 방역물품을 전달받고 대청소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SNS 활성화…"피해복구 지원도 '우동주'에 맡겨요"
코로나19로 인해 찾아가는 골목회의 등 우동주의 대면 활동은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우동주 역할이 계속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활성화, 피해 복구 지원 등으로 우동주 활동도 활동 방식이 차츰 변화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우동주 활동 이외에 다중이용시설 방역 방역물품 제작 및 전달, 코로나19 피해 농가 지원차 꽃모종 구매 등 코로나19 관련 활동도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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