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발목잡힌 K바이오…신약개발·해외진출 차질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0.10.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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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신약 美 FDA 허가 지연...메디포스트 등 글로벌 임상도 차질

한미약품 본사 / 사진제공=한미약품한미약품 본사 / 사진제공=한미약품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신약 개발 및 해외 진출이 차질을 빚고 있다. 글로벌 임상시험이 지연되는가 하면 허가 일정이 연기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이같은 임상 및 허가 지연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회사마다 신약 개발 및 해외 진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코로나에 공장 실사 막혀"…한미약품 '롤론티스' 美허가 연기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 (313,500원 ▼24,500 -7.25%)의 호중구감소증(CIN) 신약 '롤론티스'에 대한 미국 허가일정이 잠정 연기됐다. 코로나19로 미국 공무원의 해외출장이 제한돼 식품의약국(FDA)이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롤론티스는 항암치료 후 체내에서 면역물질인 호중구가 감소하는 질병인 CIN을 치료하는 바이오 신약이다. 미국 CIN 치료제 시장규모만 4조원에 이른다. 한미약품은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롤론티스를 기술수출하고, 스펙트럼은 임상 완료 후 지난 10월 FDA에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당초 롤론티스에 대한 심사기한은 지난 24일까지였으나 코로나19로 평택 바이오플랜트 실사가 불발됐다. 결국 FDA는 스펙트럼에 한국 실사 완료 때까지 롤론티스 허가를 잠정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이르면 연내 미국 출시를 기대했던 한미약품은 크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허가 연기 결정이 신약과 무관한 외부 여건에 있는 만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빠르게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FDA의 '연기(Defer Action)' 통보는 평택 플랜트 실사 외에 허가에 필요한 다른 모든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국 실사 일정이 다시 잡히는 대로 FDA 허가 프로세스가 빠르게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업체들 잇따라 임상 지연
한미약품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해외진출도 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혔다. 바이오 벤처기업 비보존은 지난 8월 엄지건막류(무지외반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VVZ-149)' 미국 임상 3b상을 선제적으로 중단했다.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모집 가능한 환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탓이다.


비보존 관계자는 "환자 등록이 늦어질 경우 임상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임상 진행에 투입하는 비용은 증가한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임상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즉시 임상을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5,810원 ▼60 -1.02%)는 올초 일본에서 무릎골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과 휜다리 교정술인 '경골근위부절골술(HTO)'을 병행하는 임상 2상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탓에 환자 투약이 3분기로 미뤄졌다.



동아에스티 (71,500원 ▼1,900 -2.59%)의 당뇨병성신경통증 신약 후보물질을 사들인 미국 뉴로보파마슈티컬스도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임상 3상 일정을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FDA가 병원 내 수술과 인력을 최소화하라고 권고한 상황"이라며 "호흡기 질환 치료제 임상과 상대적으로 위급하지 않은 질병에 대한 치료제 임상의 경우 환자 모집이 어려워 지연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다국적 제약사와 소통에도 영향
코로나19로 제약·바이오 관련 주요 글로벌 행사들이 연기 또는 온라인으로 전환하면서 다국적 제약사와의 소통도 어려워졌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행사에서 임상 결과나 기술 등을 발표하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을 위한 미팅 등을 진행했다.



매년 4월 개최되던 미국암학회(AACR)는 코로나19 여파로 8월로 한차례 연기됐다가 결국 4월과 6월 두 번에 걸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콘퍼런스인 바이오USA도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열렸다. 유럽종양학회(ESMO), 바이오유럽 등도 마찬가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해외 임상뿐 아니라 글로벌 네트워킹, 협약 등도 코로나19로 인해 영향을 받고 있다"며 "한번 해외로 나가면 자가격리를 2주 동안 해야하고, 글로벌 업체들과 직접 만나지 못하다보니 전반적인 임상, 협약 등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기술수출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나오고 있지만, 이 외에 업체들이 당초 짜놓은 임상 전략 등은 연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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