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서 돈 잃었다' 덤벼든 이웃 숨지게 한 70대 무죄인 이유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0.10.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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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자신과 아내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이웃을 제압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70대 남성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장찬수 부장판사)는 폭행치사 혐의 등으로 불구속기소된 A씨(7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4일 오전 2시26분쯤 자택에서 이웃 B씨(76·남)와 함께 화투를 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잃은 B씨는 격분했고 A씨를 흉기로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A씨 아내는 B씨 손을 잡아 흉기를 빼앗았다. A씨는 그 틈을 이용해 B씨를 바닥에 넘어뜨리고 목 부분을 자신의 무릎으로 눌러 제압한 뒤 112에 신고했다. B씨는 제압당한 이후에도 A씨를 죽이겠다며 몸부림을 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약 10분간 목이 눌려 있던 B씨는 결국 질식사했다.



재판부는 A씨 행위를 자신과 아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행위, 즉 정당방위라고 판단했다.

숨진 B씨는 수년간 24번에 걸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2004년에는 초등학생 2명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특히 B씨는 술만 마시면 주민들에게 행패를 부려 마을에서도 기피 대상이었다. 실제 그가 자신의 동거녀를 흉기로 찌르려고 위협해 A씨 부인이 숨겨주고 신고한 적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 같은 B씨의 성향을 알고 있던 A씨가 사건 당시 제압하던 행위를 푸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또 새벽이어서 A씨가 아내와 함께 다른 곳으로 도망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A씨의 방위행위는 자신과 아내를 보호하려는 저항수단으로, 폭행에 고의가 있거나 B씨의 사망을 예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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