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오르고 루블·리라 하락…환율로 엿본 美 대선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0.10.2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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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신흥국 통화 시장이 오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미국발 관세 위협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에 원화와 위안화는 오름세지만 러시아와 터키엔 강경 정책이 예상돼 루블화와 리라화는 내림세다.

바이든 승리 전망에 신흥국 통화 상승
최근 신흥국 통화는 대체로 오름세다. MSCI신흥국통화 지수는 9월 이후에만 2.4% 상승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에 대한 기대감에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전망되는 데다 보호무역 기조가 약화해 관세 갈등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컬럼비아스레드니들의 에드 알-후세이니 외환애널리스트는 또 "미국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건 행정부에서건 경기 부양책이 추가되면 수익률을 쫓아 신흥국 자산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위안화·페소화↑ vs 루블화·리라화↓
다만 구체적으로 보면 통화별로 승패가 뚜렷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원화, 위안화, 페소화는 최근 오름세가 두드러진다. 위안화는 9월 초 이후 달러를 상대로 2% 이상 올랐고, 페소화와 원화 역시 4% 이상 뛰었다.

이들 나라는 미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이든이 당선한 뒤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고 무역 갈등이 완화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블루베이자산운용의 폴리나 쿠르디아브코 신흥시장채권 총괄은 "미국 경제가 급반등하고 친무역 기조가 강해지면 멕시코가 주요 수혜국이 될 것"이라면서 "멕시코는 미국 경제와 가장 밀접하게 얽힌 나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올리버 블랙번 야누스핸더슨 펀드매니저는 미중 갈등 완화와 세계 경제 회복의 최대 수혜 통화로 원화와 싱가포르달러화를 꼽았다.

반면 러시아 루블화와 터키 리라화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루블화는 달러를 상대로 4% 가까이 떨어졌고, 리라화는 7% 넘게 추락했다.

현지 경제적 요인들이 일부 작용했지만 바이든 승리 시 제재 부과 같은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나페즈 주크 전략가는 "루블과 리라 부진은 바이든이 러시아와 터키에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을 반영한다"면서 "트럼프가 국제질서를 허물어뜨렸다면 바이든은 국제질서를 바로 세우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이때 가장 불리한 게 러시아다.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은 러시아제 미사일을 구입한 터키에 제재를 벼르고 있다. 터키에 미국발 제재가 떨어지면 자본조달에서 해외 의존도가 큰 터키 경제에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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