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건희'처럼 '이재용 시대' 정의할 삼성 신성장동력은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0.10.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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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자녀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자녀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하면서 삼성그룹이 '오래된 미래'를 맞이하게 됐다. 이 회장이 2014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지난 6년여 동안 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3세 경영시대가 공식적으로 시작된다.

경영 핵심 기조를 포함해 이미 그룹 곳곳에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이식됐지만 지분 상속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이후가 내포하는 의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와병 중인 부친 이 회장의 그늘과 그룹 관련 수사·재판 리스크로 이재용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 '뉴삼성'으로의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 한 인사는 "말 그대로 삼성그룹이 2014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온 '오래된 미래'의 마지막 단추를 꿰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이건희'처럼 '이재용 시대' 정의할 삼성 신성장동력은
3대째를 맞는 삼성그룹 총수들은 하나같이 그룹은 물론, 한국 경제를 주도할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삼성을 국내 대표기업으로 키우면서 1세대 기업가 정신의 본을 보였고 이건희 회장은 반도체·스마트폰·TV 등 주요사업에 글로벌 1등 DNA를 심었다. 총수마다 시대적 과업을 달성한 만큼 3세 경영봉을 잡게 된 이 부회장의 책임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2014년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이후 보여준 경영철학은 '실용·실리'로 요약된다. 방산·화학 계열사를 매각하고 미국 전장(자동차 전자장비)기업 하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할 수도 없고 해봐야 성과도 크지 않은 부문은 과감하게 쳐내고 잘하는 부문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이 이재용 시대 뉴삼성의 핵심 전략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핵심 임원은 "이 부회장이 6년 전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계획을 밝혔던 날을 잊을 수 없다"며 "그룹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했던 부친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그룹 임원은 "실리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룹 전반에서 사업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도체 이건희'처럼 '이재용 시대' 정의할 삼성 신성장동력은
향후 사업개편 작업의 힌트는 2018년 제시한 4대 성장동력 청사진에서 엿볼 수 있다. 바이오,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5G(5세대 이동통신) 등이 포스트 반도체 전략으로 더 속도감 있게 추진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의 이건희처럼 이재용 시대를 정의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등을 모두 상속하려면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어선다.

다소 앞선 얘기 같지만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포스트 이재용 시대의 삼성에 대한 고민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걸 분명히 약속드린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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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직접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만큼 일각에서는 총수 일가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회공헌 차원에서 환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관심이 쏠리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문제는 현재 그룹 내에서 급하게 논의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로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데다 상중이라는 점에서 실무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삼성그룹의 공식 총수로 지목된 상태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문제는 형식적인 문제일 뿐 실질적인 면에서는 중요 사안이 아니다"며 "애도 기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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