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자녀들과 함께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경영 핵심 기조를 포함해 이미 그룹 곳곳에 이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이식됐지만 지분 상속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경영권 승계 이후가 내포하는 의미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다. 와병 중인 부친 이 회장의 그늘과 그룹 관련 수사·재판 리스크로 이재용 체제가 완전히 자리잡기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던 만큼 앞으로 '뉴삼성'으로의 변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핵심 임원은 "이 부회장이 6년 전 방산·화학 계열사 매각 계획을 밝혔던 날을 잊을 수 없다"며 "그룹의 파이를 키우는 데 주력했던 부친과는 생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그룹 임원은 "실리와 합리성을 중시하는 이 부회장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그룹 전반에서 사업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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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을 포함해 총수 일가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등을 모두 상속하려면 상속세가 10조원을 넘어선다.
다소 앞선 얘기 같지만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서 포스트 이재용 시대의 삼성에 대한 고민도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걸 분명히 약속드린다"며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 관심이 쏠리는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문제는 현재 그룹 내에서 급하게 논의되진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로 그룹 경영을 이끌어온 데다 상중이라는 점에서 실무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을 통해 삼성그룹의 공식 총수로 지목된 상태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문제는 형식적인 문제일 뿐 실질적인 면에서는 중요 사안이 아니다"며 "애도 기간이 지나고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