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신경영을 선언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
그때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을 묻는 기자를 '정신 나간 놈'처럼 보던 병원 장례식장의 보안요원들이 이번에는 같은 질문에 자리를 피했다. "아니다"가 아니라 "모르겠다"며 자리를 떴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도착시간이 9시 30분경. 병원 장례식장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이 회장 빈소를 찾는 기자를 보는 에스원 직원들의 눈빛에는 경계가 잔뜩 서려 있었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빈소가 차려질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빈소에는 25일 오전 아직 장례가 끝나지 않은 상가가 차려져 있다./사진=오동희 기자
삼성 측은 "장례는 고인과 유가족의 뜻에 따라 간소하게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조화와 조문은 정중히 사양하니 양해바란다"는 부고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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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6년 5개월 15일 동안 그는 그렇게 삼성서울병원 VIP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의 세계로 떠났다. 2014년 5월 10일 밤 12시경 접한 '이건희 회장을 닮은 사람이 심근경색으로 입원했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접했을 때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고인은 고혈압과 당뇨, 폐암 등 건강상의 문제로 수술 등의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2010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27년간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삼성 그룹을 이끌어왔다.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국내 기업 삼성전자를 물려받아 세계적인 기업 삼성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전세기를 타고, 남미 브라질에서 러시아와 유럽 각국을 다니며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세계를 다닐 때는 공항에서 여러 차례 이 회장을 인터뷰했고, 그가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서초 사옥으로 출근할 때는 로비에서 자주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2011년 1월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서 열린 '2011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런 그가 2014년 5월 쓰러진 이후 저온치료 등을 통해 자가호흡을 하며 회복을 꿈꿨지만, 끝내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이 회장이 쓰러진 후 100일간 매일 누워 있는 이 회장에게 업무보고를 했던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장은 이 회장이 언제가는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매일 아침 보고를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의 최근 상태를 아는 한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 1~2회 정도 휠체어에 몸을 싣고 간호사에 의지해 오가는 정도의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가 되고 있어서 급작스러운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 회장이 싫은 것이나 좋은 것은 눈빛으로 표했고, 반응을 보였다"며 "TV를 틀어놓으면 야구, 드라마, 액션 영화 등 평소 이 회장이 좋아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반응을 보여 더 오래 계실 줄 알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회장은 병실의 문이 열리면 눈동자를 움직일 정도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25일 오전 2시 30분경 산소포화도 등이 떨어지면서 위험한 상황을 직감한 의료진들이 가족들에게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외 출장을 다녀와 국내에 체류 중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했다.
호암 이병철 창업주의 3남으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시킨 재계의 거목 이건희 회장은 이렇게 가족들의 품에서 향년 78세의 파란만장한 기업인의 삶을 마무리했다. 그가 병원에 입원한 지 2361일만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