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는 쌓이는데, 재료는 없고…커지는 박스갈등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20.10.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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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 자료사진. /사진=뉴시스택배 상자 자료사진. /사진=뉴시스


국내 완제품 포장 박스(상자)생산의 50%를 차지하는 중·소 제조업체가 수급불균형에 따른 고사위기에 몰렸다. 코로나19(COVID-19) 영향과, 주요 원지(원료) 공급업체 화재까지 겹치면서 영세업체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5일 박스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재료(골판지) 단가가 뛰면서 완제품 가격이 최대 50%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구조적 문제로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은 영세 완성박스 제조업체들의 공급중단과 부도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원재료 급등은 지난 12일 경기 안산의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인 대양제지 (9,150원 ▲950 +11.59%) 공장화재로 불거졌다. 매년 골판지 원지 39만t(톤)을 생산하는 대양제지는 국내 총 생산량의 7.5% 안팎을 차지하는 주요업체다.

이후 골판지 원지 가격이 급등했고, 유통비용 등을 반영하면 완성품 가격 인상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 (2,925원 ▲105 +3.72%)의 태림페이퍼가 지난 16일부터, 아진피앤피는 19일부터 골판지 1t당 가격을 25%가량 인상했다.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이하 박스조합)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재료 업체의 일방적인 원가인상을 철회하고, 가격 현실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특히 영세업체에 대한 공급 불균형 최소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스조합은 국내 박스시장이 원재료 인상에 따른 "연쇄적인 가격상승이 어려운 시장구조"라고 강조했다. 대양제지와 , 아세아제지 (8,600원 ▼10 -0.12%) 등 주요 5대 업체는 원료생산부터 완성품까지 모두 공급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원재료 값이 오르면 영세한 완성품 박스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박스 시장은 5조 원 규모이며 전체 2700여 업체 중 5개가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박스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높은 주요업체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 영세 박스제조업체 대다수는 국내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데, 가격 상승을 받아줄 곳이 적고 오히려 대형업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강성근 박스조합 전무는 "영세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지만, 가격결정권 자체가 수직계열화 된 대형업체들에 있다"며 "영세업체들은 원료 인상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스조합은 단기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영세 박스제조업체들이 무너지고, 결국 독과점 형태로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스조합 관계자는 "일부업체가 시장을 잠식하면 전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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