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e커머스 휩쓴 '라방'…모니터링 인력은 달랑 1.5명?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김은령 기자, 이재윤 기자 2020.10.24 08:00
글자크기

[MT리포트]엄마는 홈쇼핑 나는 라방(下)

편집자주 백화점, 홈쇼핑, 심지어 e커머스까지 유통가가 ‘라방’(라이브방송, 라이브커머스)에 푹 빠졌다. 모바일과 동영상에 친숙한 10~30대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자)가 주요 소비계층으로 부상하면서다. 단순한 구매 활동을 넘어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양방향 쇼핑플랫폼 라방의 모든 것을 분석해본다.

네이버·카카오, 진격의 '라방'…유통업계 "나 떨고 있니?"
홈쇼핑·e커머스 휩쓴 '라방'…모니터링 인력은 달랑 1.5명?


네이버와 카카오 등 e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IT기업들이 이번에는 라이브커머스(라방) 시장에 정식 출사표를 던졌다. 라방 시장을 둘러싼 IT업계와 유통업계간 주도권 경쟁이 본격 점화되면서 유통가에 긴장감이 감도는 양상이다. 이제 막 성장을 시장한 라방 시장을 막강한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이들에게 뺏길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23일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로, 결제 금액이 20조924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 규모(17조원)를 뛰어넘는 수치다. 네이버쇼핑은 공식적으로 거래액을 밝히지 않지만, 네이버 결제 서비스 대부분을 네이버쇼핑이 차지하는 만큼 쿠팡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업계는 추측한다. 카카오커머스도 선물하기 거래액이 2017년 1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으로 커지는 등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장세는 막강한 플랫폼에 기반한 것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검색 포털 네이버는 상품검색부터 가격비교와 간편결제까지 쇼핑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온라인 쇼핑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고, 카카오는 전 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춰 e커머스의 일종인 선물하기 시장을 장악했다.

플랫폼 공룡들이 최근 관심을 가진 건 '라방'이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지난 12일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정식 출범했다. 지난 5월부터 시범서비스를 통해 주 1~2회 진행됐던 카카오커머스의 라방이 매일 1회 이상씩 방송되고 있다. 카카오커머스가 라방 출범을 알리며 발표한 시범서비스 결과수치는 유통가에 큰 충격을 던졌다. 카카오커머스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한 라방 시범 서비스는 방송 25회만에 누적 시청횟수 500만회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홈쇼핑·e커머스 휩쓴 '라방'…모니터링 인력은 달랑 1.5명?
'누적 시청횟수 500만회'는 유통가 라방에서 쉽게 달성할 수 없는 수치다. 실제 2017년 12월 홈쇼핑 업계 최초로 라방 '쇼크라이브'를 개국해 운영 중인 CJ오쇼핑은 2년이 흐른 지난해 12월에야 '500만명 시청'을 달성했다. 고객별로 고유주소를 부여해 재참여 인원을 카운팅하지 않은 CJ오쇼핑과 달리, 카카오커머스는 방송 중 이탈했다가 재참여한 인원까지 카운팅한 것이라 동등선상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라방은 특성상 방송 중 이탈했다가 재접속하는 인원이 많지 않고 한 사람이 여러 번 같은 방송을 보는 일도 거의 없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누적 시청횟수 500만회'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유통가는 라방을 위해 자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자사 홈페이지로 소비자를 유입해야하는데,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이 있기 때문에 출발선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지난 3월 네이버쇼핑 입점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라방 서비스 '쇼핑라이브'를 시작했다. 네이버 역시 플랫폼 파워에 힘입어 서비스 시작 6개월만에 판매자 수가 10배, 콘텐츠 수는 12배 증가했다. 쇼핑라이브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 상공인들이 실시간 영상과 채팅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서비스인데, 소비자의 시청과 주문이 이어지자 라방 위력을 체감한 중소 상공인들이 연이어 라방에 진입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네이버는 지난 14일 CJ E&M, CJ대한통운 등 CJ그룹과 손을 잡았다. 콘텐츠·플랫폼·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휴를 하고 사업 협력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체적 사항은 아직 논의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유통가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한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물류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과 손을 잡으면서 '풀필먼트 서비스'(포장·배송·관리를 모두 처리해주는 시스템)까지 가능케 됐다"며 "네이버의 e커머스 시장 독주체제가 완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는 CJ와의 협업으로 라방에서도 독주체제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제작 능력에 CJ ENM MCN(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 소속 크리에이터들이 나서 라방을 진행한다면 다른 유통가의 라방은 경쟁력 측면에서 많이 밀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네이버가 이 같은 협력을 통해 규제 리스크도 피해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독점논란으로 당국의 규제와 정치권 압박을 받고 있는 네이버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통해 독점 여론을 희석시키고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은 기자

"5㎏ 뺐어요" 라방 이 말에 샀는데…속아도 증거가 없다
홈쇼핑·e커머스 휩쓴 '라방'…모니터링 인력은 달랑 1.5명?
"이 제품 먹고 한 달동안 5kg 빠졌죠" "걸그룹 OO이 이거 쓰는 거 아시죠?"

TV홈쇼핑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런 멘트를 라이브커머스 방송에는 흔하게 볼 수 있다. 일명 라방이라고 불리는 라이브커머스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관련 법적 규정이나 규제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뿐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개인사업자까지 라방에 발을 들이고 있지만 라이브커머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담당자는 없는 수준이고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응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라이브커머스는 쇼호스트 같은 출연자가 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한다는 점에서 TV홈쇼핑과 유사하지만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브로드캐스트가 아닌 선택적 이용자를 대상으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이에 따라 TV홈쇼핑은 정부의 허가에 따라 운영되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받지만 라이브커머스는 별도의 제재가 없다. 전자상거래의 일종으로 취급되고 있다.

TV홈쇼핑 심의를 맡고 있는 방통심의위원회나 소비자 피해구제를 맡고 있는 한국소비자원 등에서 라이브커머스도 관리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게 없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현재 라이브 커머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심위 인력은 인터넷 개인방송 모니터링 인력으로 1.5명에 그친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라이브 커머스에 대한 분류를 하기보다는 개별적인 분쟁 사례에 따라 적용을 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급격하게 커지는 만큼 과장, 허위광고 등의 사례나 소비자 피해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관계부처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양 의원은 "라이브커머스는 실시간 송출 특성이 있어서 허위·과장 광고가 있다고 하더라도 VOD형태로 남아있지 않으면 증거 확보가 어렵다"면서 "라이브커머스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법에 공백이 있다"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는 TV홈쇼핑 채널에 대한 비대칭적인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수백개에서 수천개에 달하는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판단에서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이 발전하면서 홈쇼핑업계는 이미 수년전부터 모바일 앱 등을 통한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별도로 운영해왔다"며 "플랫폼사업자나 개인 사업자까지 다양한 경쟁자들이 라이브커머스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TV홈쇼핑 채널만 지나친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규제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은령 기자

정부도 푹 빠진 '라방'…개점휴업은 비밀입니다
가치삽시다TV 유튜브 생방송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참여한 모습 화면캡쳐./사진=뉴스1가치삽시다TV 유튜브 생방송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 가운데)이 참여한 모습 화면캡쳐./사진=뉴스1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라방’(라이브 방송, 라이브 커머스)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유통업체와 플랫폼 사업자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파급력과 수익성은 논란거리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공공 온라인 플랫폼 '가치삽시다'는 매주 2차례 라방을 진행한다. 올해 중순 코로나19(COVID-19) 여파 따른 내수진작 판촉행사 '대한민국 동행세일'에서 라방으로 효과를 거둔 뒤 정례화됐다.

앞서 박영선 중기부 장관 뿐만 아니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도 라방에 출연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개설한 자체 플랫폼을 소상공인 유통채널로 활용하고, 행사 이후 매주 월·수요일 마다 '가치데이' 라방을 진행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뿐만 아니라 △롯데 △카카오 △위메프 △티몬 △11번가 등과 협업하고 있다.

중소기업 우수제품 브랜드K 등 저렴하고 실속있는 소상공인 제품을 판매 중이다. 현재까지 라방을 통해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돼지고기 4300만 원 △떡볶이 2000만원 △순대 2210만원 △꼬막장 1830만원 등이다.

플랫폼 회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 회원수는 지난달 기준 2만1000명이다. 라방과 온라인 판매 등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달 3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홈쇼핑에 비해 문턱이 낮고,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라방을 적극 확대할 방침이다. 기존 홈쇼핑채널 '공영홈쇼핑'도 운영하고 있지만, 라방은 일정수준만 되면 사업주가 도움 없이 직접 운영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참여업체와 상품을 다각화하고, 대형 유통사와 플랫폼 업체 등과 협업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판매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 등도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 중인 '가치삽시다' 플랫폼 실적./자료=최승재 의원실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 중인 '가치삽시다' 플랫폼 실적./자료=최승재 의원실
다만 민간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파급력과 수익성이 걸림돌이다. 라방 등의 판로확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치삽시다 플랫폼에 입점한 업체의 약 70%가 매출이 전혀 없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최승재 의원실(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은 가치삽시다 플랫폼 1215개 업체를 전수 조사한 결과, 829곳(68.2%)에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만 원이 되지 않는 곳은 7곳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현재는 민간업체와 비교해 매출이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디지털 경제에 맞춰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며 "라방 등 다양한 온라인 커머스에 맞춘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윤 기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