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된 전기차 보조금…'사람들, 테슬라 사더라'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기성훈 기자 2020.10.2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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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보조금발 전기차 지각변동 온다①]

편집자주 환경 보호와 전기차 기술 발전을 위해 지급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대거 해외 업체로 흘러 들어가면서 오히려 국내 전기차 발전 저하와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기차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기차 보조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기차 시장의 보조금 현황과 앞으로 개편 방향 및 전기차 발전 전략에 대해 살펴보겠다.

독이 된 전기차 보조금…'사람들, 테슬라 사더라'


전기차 등 친환경차 확산을 골자로 한 그린뉴딜이 해외 자동차기업 배만 불릴 처지에 놓였다. 대당 최소 1000만원인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을 올해 상반기 기준 40% 넘게 독식한 테슬라가 앞으로도 그린뉴딜 최대 수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해외 기업에 퍼주는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 작업에 착수했으나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28일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기승용차 판매 대수는 2만2180대다. 자동차 제작사별로는 테슬라가 가장 많은 8459대를 팔았다. 전체의 38.1%다. 이어 현대차 7003대(31.6%), 기아차 2548대(11.5%) 순이었다. 차종별 판매 대수는 테슬라 모델3가 8136대로 압도적인 1위였다. 현대차 코나가 5928대로 뒤를 이었다.



상반기 전기차 지원금, 테슬라 43.2% 독식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공개될지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3일 오전 5시30분(현지시간 22일 오후 1시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배터리 데이'를 열 예정이다.사진은 이날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2020.9.22/뉴스1(서울=뉴스1) 허경 기자 =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투자 설명회인 '배터리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혁신적인 기술이 대거 공개될지 숨죽이며 주목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오는 23일 오전 5시30분(현지시간 22일 오후 1시30분) 주주총회를 개최한 직후 '배터리 데이'를 열 예정이다.사진은 이날 서울 청담동의 테슬라 매장. 2020.9.22/뉴스1
올해 상반기까지 집계된 구매보조금 지급액은 테슬라가 전체의 43.2%인 552억원을 쓸어갔다. 현대차, 기아차에 대한 구매보조금은 각각 30.8%, 13.9% 수준인 393억원, 177억원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차를 싸게 사는만큼 자동차 제작사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 올해 전기승용차 기준 국고보조금은 인센티브 20만원을 포함해 최대 820만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코나, 기아차 니로 EV를 사면 최대 지원금을 받는다. 테슬라 모델3 시리즈는 국고보조금이 760만~800만원이다.


지자체보조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전남 진도군이 960만원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파격적이다. 진도군에선 코나를 시중 가격보다 1780만원 싸게 살 수 있다. 지자체보조금이 가장 적은 지역은 서울로 450만원이다.

테슬라가 가장 많은 구매보조금을 가져갈 수 있었던 이유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등 지원하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내년에 전기승용차 신차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구매를 미루는 소비자 심리도 한몫했다.

"테슬라 '국부유출' 얘기 나올 정도"
독이 된 전기차 보조금…'사람들, 테슬라 사더라'
문제는 구매보조금이 결과적으로 테슬라의 전기승용차 시장 장악을 측면 지원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매보조금을 두고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비율이 높아 '국부 유출'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고가 전기승용차 차주에 구매보조금을 똑같이 지원하는 현 제도가 전기차 보급 확산을 억제한다는 비판도 있다. 올해 8월까지 대당 1억원 안팎인 아우디 이트론 55, 벤츠 EQC, 테슬라 모델S, 테슬라 모델X 판매 대수는 각각 595대, 310대, 147대, 176대로 집계됐다.

물론 현대차의 신차 출시, 정부가 추진 중인 구매보조금 개편 작업 등을 고려하면 테슬라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줄어들 전망이다. 이민하 전기자동차협회 사무총장은 "내년 전기승용차 시장은 빅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매보조금 개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구매보조금 개편 방향은 크게 고가 전기승용차 지원 폐지, 국고보조금 산정체계 변경이다. 환경부는 고가 전기승용차 기준 금액을 정하기 위해 의견 수렴 중이다. 또 연비,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로 책정하는 국고보조금 산정 방식도 조정할 계획이다.

구매보조금 개편, '찻잔 속 태풍' 그칠 수도
(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 모터쇼(The 16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에 참가해 중국 전용 기술브랜드 ‘H SMART+’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RM20e. (현대자동차 제공) 2020.9.27/뉴스1(서울=뉴스1) =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국제전시센터(CIEC)’에서 열린 ‘2020 제16회 베이징 국제 모터쇼(The 16th Beijing International Automotive Exhibition)’에 참가해 중국 전용 기술브랜드 ‘H SMART+’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세계 최초로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RM20e. (현대자동차 제공) 2020.9.27/뉴스1
구매보조금 개편이 테슬라에 끼칠 여파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테슬라 모델3가 보조금을 못 받는 고가 전기승용차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급형인 모델3 가격은 5469만~7469만원이다. 모델3 트림 중 가장 비싼 퍼포먼스가 고가 차에 포함될 경우 가격을 낮출 여지도 있다. 연비, 주행거리가 좋은 점도 구매보조금 개편을 피해갈 요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산업 보호를 위해 더 정교한 구매보조금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등 부품 국산화율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이 대안으로 나온다. 다만 국고보조금을 인센티브로 활용하면 WTO협정에 위배 돼 지자체보조금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이호근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국산 배터리가 달려 있지 않으면 보조금을 주지 않는 식으로 외국 기업체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승용차 보급은 성능 뿐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며 "국민세금 투입, 자국 기업에 유리하게 제도를 만드는 프랑스나 독일 사례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보조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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